[데스크칼럼]
교각살우(矯角殺牛)보단 방임
식품업계 강압적 관리감독 부작용만 초래…시장 논리 우선돼야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8일 08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진=팍스넷뉴스


[딜사이트 이호정 산업3부장] "제품 판매는 소비자의 가치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물가를 잡겠다고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가격 대비 제품의 질이나 양이 형편없으면 요즘 소비자들은 사지 않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담합 등 기업들의 비위행위를 감시하는 것이고, 시장경제는 자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놔둬야 합니다."


최근 만난 식품업계 관계자가 울분을 터트리며 쏟아낸 말이다. 그는 정부가 기업의 가격결정권을 지나치게 간섭하다 보니 선도업체가 총대를 메면 후발주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품값을 올리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아가 기업이 법 테두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만 정부가 철저히 체크하면 경쟁에서 도태돼 악성재고가 쌓이는 회사는 물론, 이들을 시장에서 완전히 밀어내려는 곳들도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가 급발진 강성 발언을 내뱉긴 했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다수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품가격이 민생과 직결돼 있다 보니 정부와 국회가 민심을 쉽사리 얻기 위해 인상 요인은 등한시 한 채 재갈을 물렸단 것이다.


되돌아보면 식품업계에서 이러한 푸념이 나올 만도 하다. 주요 식품회사들이 9월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권재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에게 압박을 당했고, 10월엔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홍역을 치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식품기업들이 정부의 논리처럼 작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으니 제품가격 인상 요인이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표면적 실적은 개선됐지만 유동성 대응능력이나 수익성 지표는 뒷걸음질 쳤던 만큼 제품가격을 올릴 명분은 분명히 있었다.


식품업계 맏형인 CJ제일제당만 봐도 매출은 올 상반기 연결기준 14조496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1%, 영업이익은 9399억원으로 10% 증가했다. 나아가 현금창출력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A)도 1조6257억원으로 9.8% 늘어났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6.5%로 이 기간 0.3%포인트 하락했고,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의미하는 EBITDA 마진율은 11.2%로 0.7%포인트 낮아졌다. 아울러 유동성 대응능력 지표인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수도 5.4배에서 6.3배로 높아져 차입금 부담 역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원자재와 원유 가격이 하락 추세라지만 작년에 비해선 여전히 비싸고, 원달러 환율 및 금리 상승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부와 국회가 현실은 보지 않고 채찍만 휘두르니 애덤 스미스의 저서 국부론에 언급된 '보이지 않는 손(자유방인경제체제)'과 같은 목소리가 식품업계에서 나오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다만 현 시대의 경제구조가 복잡다단하고 산업 역시 고도화된 터라 외부 간섭 없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보이지 않는 손만으로는 시장 질서를 지키기 어렵다. 정부의 개입이 필연적인 셈인데, 이 과정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짧게 가져가야 한다. 장기간 반강제성 억압은 시장경제를 경직시켜 오히려 더 큰 부작용만 초래하기 때문이다. 집값 잡겠다고 난발한 부동산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모두가 알지 않는가.


시장의 논리가 우선돼야 일자리가 만들어 지고 소비로 이어져 경제가 살아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보다는 방임이 낫다. 잘못된 개입은 사고만 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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