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어오는 보험사 M&A 바람
투자금 회수 시기 다가오는 데다 중소형사 입지 좁아져 매물 늘어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08시 0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어물전에 내놓은 물고기처럼 언제든 팔릴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만난 한 보험사 직원의 말이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 접어들어 보험업계 인수합병(M&A)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수사에서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들고 있는 매물을 중심으로 몇몇 외국계 보험사들도 잠재적 매물 꼬리표를 달았다. 보험사의 사촌쯤 되는 판매조직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추세다.


이 같은 추측의 배경으로는 PEF들의 통상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가 다가온 데 있는 듯하다. 매년 나오는 이야기지만 보험 업황이 나빠지면서 중소형사의 입지가 좁아짐에 따른 선택도 원인으로 꼽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보험사에 선제적 자본관리를 주문하면서 "태풍이 오기 전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미리 자르겠다"는 강력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 신제도 도입 전 부실 보험사(특히 중소형사)를 교통 정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내년부터 실행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일단은 업권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회계제도가 바뀌면 보험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보험부채를 전액 시가 평가해야 하는데, 이때 책임준비금 부리이율도 함께 재평가되면서 고질적인 골칫덩이로 여겨지던 이차역마진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채권평가손실로 인한 건전성 지표 하락도 방어할 수 있다. 물론 K-ICS가 요구하는 평가 기준이 현 제도보다 깐깐한 게 사실이지만 이번 지급여력(RBC)비율 급락 사태와 같은 업권 전반적인 지표 왜곡은 헷지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내후년이다. 업권 안팎에서는 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본질적인 체력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업계 수입보험료(매출)이 232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1%포인트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봤다. 특히 신제도 아래에서는 계약당 들어오는 보험료가 큰 저축성보험을 통한 외연 확장에도 한계가 있어 단기 성장전략도 통하지 않는다.


즉, PEF와 같은 매도자 입장에서 원하는 값을 받고 보험사를 매도하기에는 내년이 적기인 셈이다. 보험업이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사업인 만큼 중소형사 역시 신제도 버퍼가 들어간 내년께 몸집을 부풀리는 게 불안한 대외 환경에 대응하기 수월할 수 있다. 내년 중소형 보험사들의 M&A가 활발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생존을 위한 중소형 보험사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이미 가시화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처브라이프생명을 운영하는 미국 처브그룹은 라이나생명보험 인수를 매듭지었다. 처브그룹 입장에서는 굳이 한 지붕 두 가족(포트폴리오)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만큼 추가적인 흡수합병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는 게 시장 안팎의 반응이다. 신한금융그룹에서 신한EZ손해보험(구 카디프손해보험)과 합병할 매물을 둘러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긴축의 시대인 만큼 보험업권의 M&A가 기대만큼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최근 보험업권 M&A 바람을 일으킨 원인의 핵심이 생존을 둘러싼 불안에 있는 만큼 딜이 성사돼 보험권 전반으로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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