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민아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며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유 없는 주가 상승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청약을 진행한 유진스팩7호에는 증거금 9조8035억원이 몰렸다. 경쟁률은 3921대 1을 기록하면서 이날까지 상장한 스팩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경쟁률은 2019년 7월 청약을 진행한 이베스트이안스팩1호로 1431대 1이었다. 올해 상장한 공모주 중에서도 지난 1월 청약을 진행한 엔비티(4398대 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IBKS제16호스팩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공모가(2000원)의 두 배인 4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장 초반 급등세를 나타냈다.
스팩은 코넥스 상장사 및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수목적회사다. 상장 이후 3년 이내에 인수·합병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돌려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합병 이슈가 있어야 주가가 움직인다.
하지만 올 들어 스팩의 인기는 고공행진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 스팩 IPO는 총 13건, 총 공모금액 19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9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투자자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169.4대 1로 전년(2.82대 1) 대비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주가가 오를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는데다 증시에 막 입성한 스팩의 경쟁률이 높은 것이 이례적인 상황이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청약을 받은 스팩의 경쟁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을 보고 말이 많았다"며 "업계에서도 '왜 스팩에 이렇게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최근 상장한 스팩의 주가가 장 초반 상한가를 기록하고 합병을 발표한 스팩의 주가가 올랐던 영향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정확하지는 않다"며 "한마디로 이유 없는 인기"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스팩주에 대한 지나친 인기를 우려했다. 합병 공시를 내지도 않은 새내기주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이 '묻지마 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스팩 주가가 너무 오르면 합병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스팩과 기업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 비율을 결정하는데 스팩의 시총이 높으면 피합병법인 입장에서는 지분율이 희석될 우려가 있어 상장을 꺼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이 풍부하고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스팩 인기도 함께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며 "스팩은 공모가가 다른 공모주 대비 낮고 시총 규모가 작다. 게다가 주가 변동성이 커 투자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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