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국내에서 면역항암제를 많이 팔려면 국민건강보험과 약가 부담을 나눠야 해요. 미국에 가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데…기업들이 비용 부담에도 글로벌 임상을 지속하는 이유죠".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한 기업 관계자가 한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면역항암제 약가를 외국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어 제약사의 수익이 제한적이란 의미다.
현재 전 세계 의학시장에선 3세대 면역항암제가 주목받고 있다.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와는 달리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만을 골라 죽이는 특성을 가졌다. 이 때문에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 중 고통이 덜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까지 면역항암제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혁신신약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수혜를 받는 환자 수는 턱없이 적다. 현재 '옵디보', '키트루다', '티센트릭', '여보이'가 비소세포폐암, 흑색종 등 일부 적응증에 보험 급여를 적용받았다.
이 중에서도 '티센트릭' 제조사인 로슈는 건보와 약가 협상 과정에서 재정분담 방안 요구를 수용해 빠른 급여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키트루다'는 현재 재계약 협상안을 놓고 팽팽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환자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비용 부담에 시달리진 않을지 불안에 떨고 있다.
좀처럼 면역항암제 도입이 힘든 것은 정부와 기업 간 '줄다리기' 때문이다. 건보는 2018년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까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어 신약 적용을 무턱대고 늘릴 수 없고, 제약사 입장에선 연간 수백억원의 임상비용을 들여 내놓은 항암제를 값 싼 가격에 팔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정부가 건보 재정을 더 확보하고, 기업에선 약가 협상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 위해선 정부가 면역항암제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지원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해야 한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선별한 뒤 개발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개발 비용을 아끼는 대신, 국내에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항암제를 유통해야 한다.
최근엔 정부가 국산 백신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추세다. 이에 셀트리온이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후 국내에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 선례가 나오기도 했다. 면역항암제 역시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암은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질병 중 가장 치명적인 병으로 불린다. 국내 암 발생자 수와 사망자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매년 암 환자들은 거리에 나서 시위를 하거나 국민청원을 통해 고통을 호소하지만 정부와 제약사는 묵묵부답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제약사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루 빨리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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