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농심그룹의 2세 경영에 대해 재계는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찌감치 후계구도가 정해진 만큼 안정성은 매우 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반면 각 자녀세대들 앞에 펼쳐진 경영환경이 판이하다는 게 우려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먼저 농심은 고(故) 신춘호 회장이 이끌던 시절 이미 자녀세대인 쌍둥이 형제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회장이 각자의 사업을 구축했다. 장·차남은 식품과 포장재를 중심으로 공생관계를 맺었고 신동익 부회장은 유통사업을 떼어 가며 독자생존에 나섰다.
재계는 삼형제 가운데 장·차남은 '아버지의 우산' 밖에서도 건실한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이 라면과 스낵 등 식품사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고 차남의 화학사업 또한 농심 제품의 포장재를 주력으로 생산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서다. 실제 농심은 라면사업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최대 영업이익(1603억원)을 거두는 등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형들과 달리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매우 엄중한 환경에 놓여 있어 재계 눈길을 끌고 있다.
신 부회장은 1992년부터 메가마트(구 농심가) 대표에 취임하며 유통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인물이다. 신 부회장은 부산지역 위주로 대형마트를 출점하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마트 빅3'에 뒤쳐지는 자본력을 상쇄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 전략은 메가마트가 2010년대 중반까지 줄곧 1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배경이 됐다.
신 부회장은 이 때만 해도 그룹의 지원 없이 마트사업을 견실히 키워낸 경영자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인한 출점·영업시간규제에 대형마트의 성장세가 꺾였고 이 기간 성장한 이커머스와의 경쟁환경이 심화된 겹악재를 뚫어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메가마트의 영업이익은 2015년(145억원)을 기점으로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뒤 2017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신 부회장이 오롯이 적자를 바라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실적 반등을 위해 오감만족 체험형 매장, 창고형 할인매장(천안점)을 선보이는가 하면 온라인몰 진출, 자체 패션 및 드럭스토어 등으로 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이런 노력들은 지난해 메가마트가 매출을 반등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의 적자규모는 2019년 122억원에서 지난해 121억원으로 1억원 축소되는 데 그치며 빛이 바랬다.
유통업계는 현재의 업황이 지속된다면 메가마트의 흑자전환 가능성이 점점 더 줄어들 여지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용절감을 통해 흑자를 내기도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메가마트가 흑자를 낼 방법은 판매·관리비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인건비·광고비(724억원) 절감이 꼽힌다. 문제는 인력수요가 많은 대형마트산업의 특징으로 인해 인위적 인력조정이 오프라인 점포 경쟁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단 점이 꼽히고 있다.
이에 업계는 메가마트가 5000억원대 후반 가량의 연매출을 회복해야 수익반전에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기존점 매출 하락을 최소화 하는 한편 온라인 비중을 지속 확대하는 것 등이 꼽히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메가마트가 부산·경남지역에선 아직도 큰 인지도를 갖고 있지만 사업환경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기존점 매출 부진은 메가마트 뿐 아니라 대부분 대형마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 사업 성패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가마트는 온라인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마트 빅3와 비슷하게 이커머스 부문에 집중하는 모양새인데 해당 사업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발생할지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메가마트 관계자는 "미래사업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상품 경쟁력 확보와 사업혁신 등으로 실적반등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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