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아름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정기주총 화두 중 하나는 사업목적 추가에 따른 정관 변경이다.
지난해 매출 1조8491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로 올라선 셀트리온은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제조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오는 26일 정기주총에 올렸다. 지난해 영업이익 847억원을 기록해 전통제약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낸 동국제약도 이번 주총에서 동물용 의약품 제조를 사업 목적에 추가할 계획이다.
신풍제약은 건강기능식품 사업부 신설, 동구바이오제약은 기업 투자‧관리 운영업을 새 사업으로 추가한다. 작년 코로나19 수혜에 힘입어 매출이 29배나 뛴 씨젠은 의료기관 컨설팅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며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시장에서 생존하려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업다각화 시도는 필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여년 전에 비해 마케팅 경쟁이 거세지면서 각사 판매관리비 부담이 커졌다. 반대로 이익률은 줄어드는 게 현실"이라며 "각 기업들이 새 먹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신사업을 발판 삼아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는 글로벌 트렌트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숙명이다. 여기에 제약바이오 업계 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제네릭(복제의약품) 규제 강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장기화라는 위험요소까지 등장했다. 제네릭에 대한 품질 이슈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고, 관련 규제는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병의원 방문 환자 수가 줄고, 실적 부진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지난해 이미 확인됐다. 올해 발생할 수 있는 4차, 5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우려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나 해외 수출 계약을 앞둔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은 적잖은 우려를 불러온다. 상당수 제약바이오 회사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기식과 화장품, 반려동물 산업의 경우 '레드 오션'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기식 시장엔 점유율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인삼공사가 건재하며 종근당, 동국제약, 동아제약 등 몇몇 제약사들도 이미 진출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건기식이나 화장품 사업에 발을 들이는 것은 자칫 출혈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이나 연구개발(R&D)이 아닌 신사업에 신경을 두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신사업 추진이 주총 앞두고 발언권 커진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사업다각화는 기업들이 '매출 극대화'라는 숙제를 푸는 데 성공적인 방정식이 될 수 있다. 과거 유한양행은 신사업 확대, 해외 진출에 1500억원을 투자했고, 프리미엄 건기식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후발주자인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이제야 사업부를 신설하고, 첫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장의 우려를 떨치고 회사들이 신사업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본업과의 연관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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