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 인수후보 열전글랜우드PE, 전략도 자금력도 '출중'
[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이하 글랜우드PE)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투자처라는 데 해 인수·합병(M&A) 업계 종사자들은 큰 이견을 나타내지 않는다. 글랜우드PE가 대기업 집단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 회사들을 처분하는 이른바 '카브 아웃(Carve-out)' 거래에 특히나 두각을 나타내 왔다는 점에서다.
글랜우드PE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후보군에 포함된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가운데서 업력만 놓고 본다면 가장 뒤처지는 후보다. 설립된 지는 8년차,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해놓지 않고 모집한 펀드)를 보유한 것은 4년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랜우드PE는 출범 초기부터 비교적 큰 규모의 거래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나타내 왔다. 사실상 첫 번째 투자처인 가전제품 제조사 동양매직(현 SK매직)에서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냈으며, 후속 투자처인 라파즈한라시멘트(현 한라시멘트)에서도 1년만에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단행했다.
이들 두 건의 투자는 대기업 집단 또는 글로벌 기업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놓은 알짜 자산을 매입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워낙 우량하거나 시장 장악력이 높은 기업들인 까닭에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는 곳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글랜우드PE는 별도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가하지 않고 이들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덕분에 글랜우드PE는 구조조정 거래에 탁월한 역량을 보유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라는 평판을 얻게 됐다. 설립한 지 5년만에 4500원이라는 큰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첫 블라인드 펀드의 앵커 LP(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출자자)가 국민연금공단이었다는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1호 블라인드 펀드 과정에서 글랜우드PE는 자신들의 이같은 역량이 추후 운용 전략의 기반이 될 것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1호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글랜우드PE가 그간 나타내 온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산들로 구성됐다. ▲GS그룹이 매각한 해양도시가스(현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 ▲프랑스 생고뱅이 매각한 한국유리공업 ▲SK그룹과 코오롱그룹이 매각한 SKC코오롱PI(현 PI첨단소재) 등이다. 하나같이 안정적인 실적을 내거나 업계에서의 위상이 탄탄하지만 대기업 집단이 비핵심으로 분류, 현금 확보 차원에서 매물로 내놓은 곳이다.
두산인프라코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그룹은 2000년대 초반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건설기계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다. 하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지는 바람에 애지중지해오던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구조조정 매물이라는 점 외에도 글랜우드PE가 그간 M&A해 온 기업들과 공통 분모가 또 있다. 시장 점유율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내 굴삭기 시장에서는 1위, 세계 최대의 굴삭기 시장으로 알려진 중국에서는 두 자리 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자 가운데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을 가진 곳들에게 재매각하기가 수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수 자금을 확보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80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 2호 블라인드 펀드의 출자자(LP)들이 속속 모집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차입 형태의 인수금융을 활용하고 글랜우드PE의 '장기'인 공동투자(Co-invest) 약정 등이 발동된다면 어지간한 규모의 M&A 거래에는 대응이 가능하다.
매각 대상인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3%의 가치는 현 시가 기준으로만 64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두산그룹이 FI들과 벌이고 있는 중국 법인(DICC) 소송과 관련한 배상금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7000억~8000억원, 많게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통상 단일 블라인드 펀드는 약정액의 20~30% 정도를 단일 기업에 대한 투자 한도로 설정한다. 글랜우드PE의 경우 최대 2500억원 가량을 블라인드 펀드에서 꺼내 쓸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체 인수 대금의 절반 정도는 차입으로 충당하는 것이 관행이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들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인수금융 이자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부족분은 블라인드 펀드에 참여한 LP들로부터 십시일반 형태로 자금을 투자 받는 공동투자 약정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 자체는 글랜우드PE의 카브 아웃 투자 전략에 매우 부합하는 매물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글랜우드PE의 역량 또한 두산인프라코어를 단독으로 인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대기업에서 분리돼 나와 PEF의 품에 안긴 기업들의 임직원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탁월한 면모를 나타내 왔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관건은 두산인프라코어 M&A가 일종의 정책적 구조조정 거래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년 뒤의 산업 구도 재편을 염두에 두고 인수자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따라서 단순히 인수 의지나 자금력, 추후 비전 등으로만 인수자가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당연히 가장 높은 금액을 적어 낸다고 해서 승기를 거머쥐는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