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 맞이한 코파펀드, 반전 모드 돌입하나
1기는 투자 실적 미미…약점 보완해 실탄 1조 장전

[팍스넷뉴스 권일운 기자]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이하 코파펀드)는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도우미’를 자처하며 지난 2011년 처음 선보인 대체투자 사업이다.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해외 진출 의지가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조성해 실탄을 지원한다는 콘셉트다.


코파펀드 프로그램은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실익이 존재하는 사업이었다. 투자 대상 발굴이나 투자 자산에 대한 가치 제고를 전략적 투자자(SI)인 기업 측에 맞기고, 자신들은 재무적 투자자(FI) 역할에 충실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국민연금은 코파펀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이들에 대한 검증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투자 이후의 사후 관리나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SI와 협업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의 호응도 상당했다. 포스코와 KT(케이티), CJ, GS, KT&G(케이티앤지), LS 등 다수의 대기업들이 국민연금과 코파펀드 약정을 체결했다. 중견 기업군에 해당하는 동원과 풀무원, 넥센 등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력 사업을 해외로 확장하거나,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코파펀드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코파펀드 한도는 해당 기업의 신용도에 비례해 설정했다. 개별 투자건마다 전체 투자금의 50%까지 자금을 집행하기로 했다. 예컨대 8000억원 짜리 M&A를 추진 중인 기업은 자체 자금을 4000억원만 마련하면, 코파펀드가 나머지 4000억원을 부담해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구조는 국민연금이 PEF 운용사에게 자금을 출자해 무한책임사원(GP) 역할을 부여하고, 이 운용사가 조성한 PEF가 SI와 공동 투자에 나서는 형태를 띠었다.


야심차게 출발한 코파펀드 프로그램의 성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나마 CJ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협업해 조성한 코파펀드가 중국 룽칭물류(냉동물류), 브라질 세멘테스 셀렉타(식품소재), 베트남 제마뎁(물류) M&A에 참여하며 약정액 대부분을 소진하는 성과를 냈다. 이들 외에 코파펀드와 함께 해외 M&A를 단행한 기업은 GS건설(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 KT&G(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풀무원(미국 두부회사 비타소이) 등에 불과했다. 나머지 코파펀드들은 대부분 투자 성과 없이 청산을 맞이했다.



야심차게 출발한 코파펀드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으로는 ▲수익 배분의 우선권을 국민연금이 가진 점 ▲손실 책임을 기업들이 우선 짊어져야 하는 점 ▲펀드자금을 해외 투자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꼽혔다. 국민연금이 설정한 기준 수익률이 IRR(내부수익률) 8%로 설정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신용도가 우량하거나, 여러 FI들의 러브콜을 받는 기업들은 비용 측면에서 코파펀드의 이점이 적다고 여겼다.


국민연금은 시장 참여자들의 지적 사항을 대폭 수용한 ‘코파펀드 시즌 2’를 선보이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발표한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계획을 통해 새로운 코파펀드 프로그램을 공식화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코파펀드 예산으로만 최대 1조원을 마련했다. 국내 운용사들에게 배정키로 한 사모투자 약정액의 41%에 달하는 금액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투자 대상을 미리 정해놓지 않은 블라인드 펀드 형태가 아닌 개별 투자건마다 심의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펀드 방식으로 코파펀드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한 것이다. 국내 투자에 대한 제약도 대폭 완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코파펀드의 개점휴업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국민연금 측의 생각이다.


2기 코파펀드의 첫 테이프는 현대백화점이 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에 최대 3000억원을 코파펀드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토대로 최대 60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에 나서게 된다. 최근 수년 사이 M&A로 사세를 확장해온 현대백화점은 코파펀드를 통해 해외 패션기업 투자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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