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기자] 우유 소비 급감, 업계 실적 직격탄
매일유업 다각화 노력…실적·주가 ↑
우유 비중 높은 서울우유 해결책 ‘고민’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은 설립 이래 업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백색 시유(흰 우유) 판매가 급감하면서 명성에 빛이 바래는 분위기다. 다른 품목에 집중하고 해외를 공략해 위기를 헤쳐 나가는 매일유업과 달리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서울우유의 실적과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커피 파는 매일유업…분유로 중국 시장 노크
매일유업은 2015년 2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액 7462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6.1% 증가, 5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지만, 향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5년 1조5332억원, 311억원, 2016년 1조6199억원, 424억원, 2017년 1조7126억원, 501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품목 다각화와 해외 수출에 성공한 덕분이다. 매일유업은 흰 우유보다 영·유아용 조제분유와 즉석음료(RTD) 컵커피, 주스 등의 품목에서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특히 컵커피와 주스 등 음료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13년 13.2%에서 2015년 9월 17.4%까지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 수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점도 긍정적이다. 2007년 첫 해 80만달러(약 10억원)였던 중국 조제분유 수출액은 2015년 3800만달러(약 459억원)까지 늘었다. 2016년 목표치는 4700만달러(약 568억원)로 잡았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 업체 중 최초로 흰 우유도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매일유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조제분유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한국산 조제분유가 ‘명품’으로 인식돼 있는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매일아시아모유연구소를 설립하고 조제분유 품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특수분유 시장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 1위 유아식업체인 비잉메이트(Beingmate)와 조인트벤처(JV)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긍정적인 실적 전망과 적극적인 사업 계획에 주가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업황이 어둡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해 8월 3만5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7일 4만7250원까지 올라 250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차익 실현 물량에 전일에는 3% 하락하긴 했지만, 저점에 비하면 49% 오른 수치다.
다만 중국 내 성장이 예상된다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의류·유통 자회사 제로투세븐은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영업손실 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한 제로투세븐은 2015년에도 영업손실 4억원을 내 적자 폭을 확대했다. 2009년 론칭한 커피전문점 폴 바셋 또한 실적에 기여하는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서울우유, 우유 의존도 높지만 신사업은 ‘사실상 불가능’
반면 서울우유는 2015년 6월 누적 기준 매출액 8500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84% 줄었다. 흰 우유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품목과 사업 다각화를 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서울우유는 흰 우유와 유가공품, 컵커피 주스 등만 판매한다. 매일유업이 주력하는 조제분유 시장에서는 1980~1990년대 철수했고, 커피전문점 등 관련 사업도 영위하지 않고 있다.
서울우유는 사기업이 아닌 협동조합이라 이윤 극대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8일 “사업 다각화보다는 좋은 품질의 우유를 만들어서 한국 낙농업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면서 “원유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구조적인 한계에 부닥친 서울우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흰 우유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서울우유는 그야말로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조제분유가 없는 것이 약점”이라면서 “협동조합 특성상 다른 사업을 벌이기 어려워 불리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우유 시장 왜 어렵나
업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우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면서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공급은 반대로 늘고 있다. 팔리지 않아 남은 우유를 말려 보관하는 분유 재고량은 2015년 25만2762톤으로 1년 전에 비해 8.7% 늘었다. 사상 최대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유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낙농업자의 공급가가 보장되는 ‘원유가 연동제’ 때문이다. 신선도 유지 문제와 비싼 물류비로 수입이 불가능한 원유의 특성 탓에 우유 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공급가가 결정된다. 기업은 일정량 이상의 원유를 고정된 가격에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낙농업자는 원유를 많이 생산할수록 수입이 늘어나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부담은 기업이 떠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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