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한국콜마가(家) 경영권 분쟁이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윤 부회장 측 인사가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과반 이상을 장악하면서 여동새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치이 대표의 회사 내 입지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세종테크노파크에서 열린 제12기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상현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에 따라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 구성원은 총 6명에서 8명으로 늘어났다. 기존 이사진에서 윤 부회장 측 인물이 3명(김현준 기타비상무이사·오상민, 소진수 사외이사)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 8명의 이사진 중 과반 이상인 5명이 윤 부회장 측 인물로 꾸려진 셈이다.
윤 부회장 측이 콜마비앤에이치 이사회 장악에 나선 이유는 윤 대표가 경영권을 잡은 뒤 콜마비앤에이치의 수익성이 급감한 부분이 컸다. 실제 콜마비앤에이치 영업이익은 윤 대표가 대표로 선임된 2020년 1092억원에서 작년 246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4분의 1토막이 났다.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지주사 차원에서 개입이 불가피했다는 윤 부회장 측 입장이다. 현재 윤 부회장은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를 이끌고 있고 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 44.63%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3연임을 거친 윤여원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윤 대표 입장에선 윤 부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이사회에서 앞으로 약 1년 반 동안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문경영인인 이승화 전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윤 대표의 경영권도 간섭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승화 이사는 CJ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신사업 투자를 담당했던 전문경영인이다. 베인앤컴퍼니에서 7년간 컨설턴트로 근무한 뒤 2014년 CJ그룹에 몸담았다. CJ프레시웨이, CJ CGV, CJ제일제당 등 주요 회사를 거쳤다. 해외 수출 다변화와 포트폴리오 전환 등 콜마비앤에이치의 리포지셔닝(재정비)에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토대로 한국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 되는 모양새다. 윤 부회장이 앞서 대전지방법원에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을 신청하면서 이는 한국콜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됐다. 오빠인 윤 부회장과 여동생 윤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 소집을 두고 부딪히는 동안 부친인 윤동한 콜마홀딩스 회장까지 가세하며 분쟁은 확대됐다.
하지만 임시주총이 열렸고 의안도 모두 원안대로 가결되면서 윤 회장과 윤 대표 측은 동력을 잃었다. 남은 소송도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윤 대표와 윤 회장 측은 이날 임시주총 직전 이와 관련된 3건의 소송은 취하했지만 여전히 2건의 소송이 남았다.
윤 회장은 앞서 지난 5월 윤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지분 14%에 해당하는 460만주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주식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본인과 윤 대표를 포함한 이사 10명을 선임하는 콜마홀딩스 임시주총 소집을 대전지방법원에 신청했다. 다만 앞선 법원 결정에서 '가족간 합의'와 '회사 경영'을 분리해서 본 만큼 남은 소송도 같은 맥락에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업계의 관측이다.
한편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 결과를 두고 "경영 정상화를 바라는 주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비앤에이치를 그룹 내 핵심계열사로 재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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