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한중엔시에스'가 2세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김환식 대표가 보유 지분 대부분을 아들 김상균 전무에게 증여하면서 최대주주 자리가 교체된 것이다. 이번 증여로 김 전무는 단숨에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300억원대 증여세 재원 마련이 향후 과제로 떠올랐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한중엔시에스의 최대주주가 김환식 대표에서 아들 김상균 전무로 교체됐다. 김 대표와 배우자 오승아 씨가 보유 지분 대부분을 증여한 결과다. 이번 증여로 김 전무는 단숨에 지분율 22.06%(200만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반면 김 대표의 지분율은 0.36%(3만2500주), 오 씨는 0.42%(3만8000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증여가 김 대표의 은퇴 구상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59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언제 증여가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대외적으로 증여 시점이나 계획에 대해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김 대표는 경상북도 영천 최고의 기업을 만든 뒤 은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선 지난해 6월 코넥스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마치면서 일부 목표를 달성했다는 점을 이번 증여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김 전무는 2017년 한중엔시에스에 입사해 8년간 주요 부서를 거쳐 실무 경험을 쌓았으며, 올해 1분기부터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증여 전에는 보유 지분이 전무했지만, 이번 증여로 단숨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증여 시점이다. 올해 초 2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증여 계획 공시 직전인 8월 3만원대까지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저점에서 증여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상승 국면에서 진행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진출에 따른 주가 전망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공장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설비 투자를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도 최근 한중엔시에스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CB 발행 과정에서 주가 향방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증여를 받은 김 전무의 부담은 커졌다. 막대한 증여세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증여받은 주식의 가치가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세율은 최대 50%로 적용된다. 최대주주 주식에는 할증(20~30%)이 붙을 수 있다.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달을 기준 평균값으로 산출된다. 아직 증여일(9월2일)을 기점으로 두달이 지나지 않아 구체적인 증여세 산출은 어렵다. 다만 증여일 이전 두달 동안(7월1일~9월1일)의 주가 상황만을 고려해 단순 계산했을 때 평균주가는 3만1340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증여세는 약 313억원(626억8000만원의 50%) 정도다.
1989년생인 김 전무가 한중엔시에스에 입사해 사원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수백억원의 증여세를 단번에 납부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현재 증여세 관련 컨설팅을 받고 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최대 5년간 분할 납부가 가능한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북미 시장 ESS 사업을 앞두고 있어 주가 상승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식담보대출도 주요 방안으로 거론된다. 최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한중엔시에스의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점도 이러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중엔시에스 관계자는 "김 전무는 사원으로 입사해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라며 "증여세 문제는 오너 개인 영역이라 구체적으로 들은 바는 없지만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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