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서재원 기자] CJ그룹이 미래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벤처투자 자회사인 CJ인베스트먼트를 지주사 조직인 미래기획실에서 직속 관리하기 시작했다. CJ 후계자이자 최근 지주사 미래기획실로 6년 만에 돌아온 이선호 실장은 자신이 CJ주식회사에 221억원에 팔았던 CJ인베스트를 3년 만에 다시 거느리게 됐다.
8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최근 신설한 미래기획실이 CJ인베스트를 관리하기로 하고 그룹 차원의 신사업 발굴과 미래 성장동력 강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미래기획실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전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최근 6년 만에 그룹 지주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만든 핵심 신설조직이다.
씨제이인베스트는 2000년 2월에 설립된 벤처투자사로 2014년 3월 상호를 CJ창업투자에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로 변경하였다가, 2022년 8월 다시 CJ인베스트로 바꾼 기업이다. CJ 계열에서 위성처럼 떠돌던 이 회사는 CJ창투라는 속칭으로 특히 영화투자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2017년부터 3년간 관객수 상위 10위 30편 가운데 18편을 이 회사가 만들었다. 극한직업과 명량 등이다. CJ 식구이다보니 CJ ENM이나 올리브영, 제일제당 등 계열사가 주로 동원돼 펀드 출자로 사세를 키웠다.
몇 차례 계열 내 거래를 거친 CJ인베스트는 2022년까지 이선호 실장이 직접 보유해 관리했다. 그가 51%를 가진 부동산개발업체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을 보유했다. 씨앤아이레저는 이재현 회장이 만들어 이선호 실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24%) 등에 증여한 회사다. 씨앤아이레저는 운용자산이 4000억원대였던 CJ인베스트를 2022년 8월 CJ주식회사에 팔아 100억원대 결손금을 모두 매웠다.
씨앤아이레저는 자회사로 SG생활안전(93%)과 굴업풍력개발(62%) 등을 두고 있다. SG생활안전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사이고, 굴럽풍력개발은 이재현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장손 몫으로 받은 서해안 굴업도와 석모도 인근 대규모 부지에서 풍력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이다. 굴업풍력은 최근 1조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이선호 실장이 삼성가의 적통이 아니었다면 나설 수 없는 사업으로 지목된다.
2022년 8월 이선호 실장이 손자회사처럼 보유했던 CJ인베스트는 지주사가 매입했다. 당시 이 실장은 CJ제일제당 소속이었고 대기업 지주회사도 CVC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리자 CJ는 직전 거래가 보다 두 배 높은 가격에 CJ인베스트를 사들였다. 이선호 실장은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 CJ(3.2%)는 물론, CJ올리브영(11.04%)과 CJ ENM(0.5%) 등 그룹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과거 불미스러운 문제로 지주사를 떠나있던 그는 6년 간 자숙의 기간을 마치고 그룹 지주사로 돌아왔다.
CJ인베스트는 자본금 100억원으로 잉여금 132억원을 더해 224억원 수준의 자본총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수익은 80억원,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업력에 비해 사세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현재 글로벌 혁신성장 펀드(692억원), 씨제이이노베이션펀드(300억원) 등 18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운용자산(AUM)은 약 4000억원 규모다.
CJ그룹은 최근 주력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CVC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실제로 CJ올리브영을 제외한 CJ CGV, CJ ENM 등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고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그룹 차원의 벤처투자 관리 체계를 본사로 끌어올린 것 자체가 신사업 확장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주사 컨트롤타워에서 직접 투자 방향을 정하고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게 되면서 CVC의 역할과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CJ인베스트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기존 엔터업 중심에서 최근 정부가 육성하려는 인공지능(AI) 분야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최근 벤처투자 활성화를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각종 정책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는 시점에서 CJ도 본사 차원에서 후계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인베스트는 CJ의 자회사가 맞지만 이를 이선호 실장이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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