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나성훈 예림당 부회장이 부실 계열사였던 티웨이항공을 매각한 대금으로 과세 부담을 소거했다. 특히 나 부회장은 막대한 현금 유입으로 예림당의 재무적 체력이 강화된 만큼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 부회장은 올 7월1일자로 예림당 주식 280만주(12.15%)에 대한 공탁 계약을 해지했다.
세부적으로 나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부친인 나춘호 예림당 회장으로부터 이 회사 주식 724만9641주를 증여받았다. 이는 나 회장이 기 보유하던 주식 전량이며, 당시 종가(1918원) 기준 총 139억원 상당이다. 현행 세법에 따라 30억원 이상을 증여받을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나 부회장은 약 70억원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 부회장의 자금 사정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예림당 계열사 중 사실상 돈 버는 회사는 티웨이항공 뿐이었는데, 2019년 일본 보이콧 운동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 등 악재가 연달아 겹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투자로 눈을 돌린 나 부회장은 JKL파트너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고, 최대주주 지위를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놓였다. 예림당이 지난해 초 JKL파트너스가 보유하던 티웨이항공 지분 매입 권한을 포기한 배경에도 유동성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나 부회장은 예림당 주식을 공탁하고 5년간 6회에 걸쳐 세금을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했다.
◆ 부친 주식 증여 연부연납 신청, 1년 만에 공탁 해지
나 부회장이 약 1년 만에 증여세 납부를 완료할 수 있던 배경에는 티웨이항공 경영권 매각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2월 대명소노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항공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WHY 시리즈'로 유명한 아동도서전문 출판사인 예림당은 2012년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온 티웨이항공을 70억원에 인수하며 예림당→티웨이홀딩스→티웨이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단순 출판업으로는 미래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나 부회장은 일찍이 사업 다각화를 구상했다.
특히 나 부회장은 항공업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티웨이항공을 공식 인수하기 이전부터 이 회사 주식 9.56%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공업 특성상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대외적 리스크에 취약하고 모기업의 지속적인 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 등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나 부회장은 예림당과 대명소노그룹의 SPA에 따라 총 174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후 나 부회장은 약 열흘 만에 증여세를 완납하며 과세 의무에서 벗어났다. 예림당의 경우 2124억원을 확보했으며, 나 회장과 황정현 전 티웨이홀딩스 대표는 각각 107억원과 95억원씩 받았다.
◆ 티웨이홀딩스 '패키지딜'로 지배구조 정리…신성장 투자 재원 확보
눈길을 끄는 부분은 나 부회장이 티웨이홀딩스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했다는 점이다. 티웨이홀딩스는 티웨이항공 지분 28.02%를 가진 최대주주였던 만큼 대명소노그룹 입장에서는 해당 지분을 취득하는 게 이득이었다. SPA 체결 당시 티웨이항공 주가는 2635원이었고,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가산하더라도 2067억원에 인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 부회장은 티웨이항공을 넘기는 과정에서 티웨이홀딩스까지 패키지로 매각하며 부실 계열사를 정리했고, 동시에 더 많은 매각대금을 얻어냈다. 그는 티웨이홀딩스가 자체 사업을 가지고 있지만, 영속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대명소노그룹의 항공업 진출이 오너인 서준혁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다는 점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1945년 설립된 태화고무공업사를 모태로 하는 티웨이홀딩스는 PHC 파일(고강도 말뚝)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014년에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에 6년 만에 해당 사업을 접었다. 티웨이홀딩스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매출 34억원, 영업적자 25억원을 내는데 그쳤다. 특히 2023년부터 연간 손실이 누적된 탓에 결손금만 1753억원에 달한다.
나 회장은 티웨이항공 매각으로 예림당 경영권을 한층 강화했을 뿐 아니라 미래 성장 재원까지 마련했다. 예컨대 예림당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430억원이었지만, 티웨이홀딩스 지분 매도 이후 올 상반기 말 2571억원으로 6배 가량 불어났다.
예림당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신사업 진출을 구상 중이다. 전통적인 출판업이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 측은 현재 검토 중인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예림당 관계자는 "나 부회장의 공탁 계약 해지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인 사안이라 이야기 할 수 없다"며 "현재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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