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베이션 코오롱지분 0% 후계자 '이규호', 세금 재원 마련 시나리오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코오롱이 컨설팅 기업에 그룹 리빌딩을 의뢰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룹 지배구조 효율화를 통해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부회장 중심으로 지배력을 재편하기 위한 신호로 풀이된다.
이번 컨설팅 결과에 따라 승계의 마지막 퍼즐인 지분 증여와 세금 재원 마련 시나리오도 윤곽을 드러낼 지 주목된다. 이 명예회장이 코오롱 지분 49%를 들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은 아직 1주도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이 부회장이 이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은 후 주식담보대출과 연부연납 등을 활용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세금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주식을 조금씩 넘겨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주식 627만9798주를 들고 있다. 지분율은 49.74%로 압도적이다. 이 명예회장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4명이 지분을 들고 있지만 모두 합해도 1.95%에 불과하다.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그룹 정점에 있는 코오롱의 지분을 압도적으로 보유하며 오랜 시간 1인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그가 2018년 코오롱그룹 경영 은퇴를 선언하고 이 부회장이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음에도 이 명예회장에 쏠린 지분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증여 재산이 30억원을 초과하면 증여세로 최고세율인 50%가 적용되며, 최대주주의 지분이 증여 되는 경우 20%의 할증이 붙어 전체의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난 8월21일 종가(3만7750원) 기준으로 이 명예회장의 주식가치는 2371억원으로 전량 증여할 경우 증여세는 1422억원이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면 증여세를 5년간 6회에 나눠 납부할 수 있어 1년에 237억원을 내야 한다.
통상 증여세 재원은 배당, 보수, 주식담보대출, 보유 주식 매각 등을 활용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코오롱을 통해 7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이 명예회장의 지분을 전량 증여받을 경우 이 부회장은 매년 35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은 최근 몇 년간 1주당 5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보유 주식이 없지만 이 명예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고 해당 주식을 담보로 주담대를 실행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주담대의 한도(지분 시세의 50~60%)로 자금을 끌어온다고 가정하면 700억원 안팎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노력에도 승계 재원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부회장의 보수가 5억원을 넘긴 것은 불과 지난해부터다. 주담대 규모가 커질수록 이자비용 부담도 늘어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소유한 싱가포르 경영자문 회사 2곳을 매각하거나 낚시 커뮤니티 커머스 플랫폼 어바웃피싱(비상장)의 지분 10%를 처분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주식 일부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오롱의 지분을 압도적으로 보유하면 그중 일부를 처분한다고 해도 1인 지배체제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증여받은 주식을 1년내 처분하면 증여 당시 기준시가(취득가액)를 기준으로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추가 세금 부담이 따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처럼 지분 증여에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는 데다 이 부회장이 일찍이 후계자로 낙점된 만큼 급한 것 없이 시간을 두고 소규모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증여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이에 대해 코오롱 관계자는 "지분 증여 및 승계에 대해 정해진 바 없으며 관련 이야기가 나오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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