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내수 경기 침체 속에서 국내 유통·제조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전략적으로 해외로 동반 진출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규제 완화나 지원 등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유통 내수 넘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5 유통포럼'에 참석해 내수시장 전망과 글로벌 리스크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정연승 교수는 "소매업 경기전망 지수가 77까지 내려갔고 온라인 시장마저 전망이 나쁘게 나오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진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77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지면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이 지표는 지난 2024년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하락 추세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 시기 성장을 거듭했던 온라인쇼핑마저 직전 분기 대비 전망치가 2포인트 하락하며 온·오프라인 할 거 없이 국내 유통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정 교수는 유통기업이 전략적으로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들로 ▲고객경험 향상 ▲운영 효율화 ▲신수종 사업 및 수익 모델 발굴 ▲사회인구학 변화 대응을 꼽았다. 특히 정 교수는 "유통에서 상품으로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시장은 지났다"며 "물류나 멤버십, 콘텐츠 등 부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많은 국내 유통기업이 해외로 나갔다가 중국에서 뼈아픈 실수를 경험했다"며 "지금은 그때와는 다른 해외 진출의 제2의 웨이브(파도)가 시작됐다. 실수를 교훈 삼아 글로벌 진출을 다시 타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유통기업들의 사례도 소개됐다. 이마트와롯데마트 등 국내 주요 할인점들은 베트남, 몽골 등 해외 시장에 이미 진출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활발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도 국내 서비스를 그대로 대만으로 옮겼다.

정 교수는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올리브영을 대표적으로 꼽으며 "올리브영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될 정도로 외국 매출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에선 역직구 사업을 통해 해외 판매를 진행했다"며 "내수에서 다이소 등 다른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을 때 올리브영은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 올리브영이 글로벌에서 성공하면 인바운드·아웃바운드를 모두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전략적 협업도 중요하다고 봤다. 특히 국내 유통·제조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협업 상품을 개발해 차별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롯데쇼핑이 베트남 하노이에 복합쇼핑몰을 만들면서 국내 외식 브랜드인 두끼, 이차돌 등이 진출한 것처럼 이종사업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전문무역상사로지정 가능한 경쟁력 있는 K-플랫폼을 발굴해 해외 진출시 수출보험 할인, 신용보증 한도 확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작년 7월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유일하게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되면서 이같은 혜택을 보기도 했다.
끝으로 정 교수는 "쿠팡이 대만에서 한국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놀라움을 선사한 것처럼 유통을 서비스 사업을 확대 발전시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며 "유통 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글로벌은 필수인 만큼 정부도 지원을 하고 제조까지 끌고 가는 사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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