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트폴리오 분석
'장용호號' SK이노, 자회사 IPO 미션…우회상장 가능성
③실적·재무체력 저조…비상장사 합병 등 다양한 방법 고민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16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최근 재무개선을 목표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킹사태 등 일부 악재가 발생하면서 경영환경에 먹구름이 꼈다. 계열사 정리 등 운영개선을 통해 내실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년간 그룹사 전반에 퍼진 재무 리스크는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있다. 주력 사업서 실적 반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캐즘현상 등 대외환경 악화로 올 하반기 사업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를 향한 대규모 투자가 임박하면서 재무체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 속, 주요 그룹사들의 재무·사업적 과제 전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SK이노베이션 최근 3년간 주요 재무 현황.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온 등 주요 자회사 기업공개(IPO)에 총력을 기울이며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 최근 선임된 장용호 총괄사장이 그룹 내 구조조정 전문가로 평가받으며 여러 인수·합병을 주도해 온 만큼, 재무·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며 시장 매력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K온이 최근 전기차 캐즘 등 대외 환경에 휘청이고 IPO 시장도 둔화 중인 점을 고려하면, 상장 여부 자체가 회의적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일각에선 우량기업인 SK엔무브가 먼저 상장 문턱을 넘어서기만 하면, SK온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온간 재무 연계성이 한층 깊어지고 있어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조기상환 등 자회사 회생을 위한 방안이 폭 넓게 강구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IPO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상장 관련 셈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30조원대의 SK이노베이션 순차입금 중 60% 이상이 SK온과 연관돼 있어 양사 연계성이 한층 깊어진 상황이다. 추후 배터리 사업 불안정성이 지속될 경우,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거세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달 새로 선임된 장용호 총괄사장의 어깨를 한층 무겁게 한다. 그룹 '재무통'으로 알려진 장 총괄사장은 구조조정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이 일부 계열사서 긴축재정에 돌입하고 SK E&S 소유 부지 매각에 나서며 재무체력 확보에 주력했던 점을 고려하면, 장 총괄사장 주도 하에 보다 적극적인 경영 효율화가 단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IPO를 추진 중인 자회사로선 빠른 수익·재무 개선 효과로 상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당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SK온은 2021년 설립 이후 적자 수렁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 등 대외환경 악화로 지난해엔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고, 부채비율 역시 200%대에 육박했다. 올 1분기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은 올 1분기 기준 29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IPO 관건인 성장성 입증이 한층 어려워진 셈이다. 배터리 부문이 휘청이면서 SK이노베이션 전체 영업이익 역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SK E&S와 합병하며 100조원 규모로 몸집을 키웠지만, 시장 둔화세에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적난 심화로 IPO 정공법이 어려워진 상황 속,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를 먼저 상장시켜 SK온과 합병시키는 '우회합병안'까지 점쳐지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SK E&S 합병을 통해 'SK온 살리기'에 돌입했지만, 실적 개선이 더뎌지면서 SK엔무브 IPO 추진으로 숨통 트기에 나서고 있다. 추후 SK엔무브 IPO가 성사될 경우, 비상장사인 SK온을 합병해 우회상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엔무브 주주가치 훼손 등 걸림돌이 일부 상존하지만, SK온 IPO 시점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 속 재무적투자자들의 '풋옵션(put option)'에 따른 재무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안이란 이유에서다. 


이 밖에 SK온에 우량회사 일부를 붙여 재무체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실제 SK온은 최근 SK엔텀 등 우량회사 일부를 흡수합병해 몸집을 불린 바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과정서 현금성자산보다 순차입금이 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다만 이 방안은 오히려 상장 난도를 높일 수 있다는 맹점이 상존한다. 일부 계열사를 흡수합병해 재무체력을 키울 순 있지만, 사업성 전반이 일부 흐려질 수 있어 IPO 질적심사 과정간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까닭에서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추가적인 흡수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일각에선 'SK온이 일부 투자자 자금을 조기 상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현금흐름이 원활치 않은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저수익 계열사 매각 혹은 사채 발행을 통해 관련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200%대로 치솟았고, 유동비율은 100% 미만대로 주저 앉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엑시트를 목표로 하는 FI로선 안정적인 투자금 회수가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신규투자로 순차입 규모가 늘고 있어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진 않다"며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에센코어를 품었듯, 그룹 차원서 SK이노베이션을 향한 지원사격이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IPO 계획과 관련해 올 하반기까지 고심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SK엔무브, SK온 등 상장 계획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SK엔무브와 SK온 합병 가능성 등 시나리오 전반에 대해선 당장 검토사안으로 보고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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