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국내 유통업 내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전략적인 해외 진출이 필수라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뚜레쥬르처럼 브랜드 철학을 지키면서도 현지 소비자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략적 현지화'가 핵심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명현건 CJ푸드빌 글로벌사업지원부 이사는 자본시장전문미디어 딜사이트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K-유통 내수 넘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5 유통포럼'에 참석해 CJ푸드빌 뚜레쥬르의 해외사업 성과와 확장 전략을 발표했다.
CJ푸드빌의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9개국에서 56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서는 29개주에 걸쳐 16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2023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 1300억원을 넘었다. 올해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뚜레쥬르는 미국 시장에서 'K-베이커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5년 넘게 CJ푸드빌의 글로벌사업을 맡아온 명 이사는 "뚜레쥬르가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2020년까지는 부진했지만 20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거쳐 실적이 반전됐다"며 "재무적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마케팅 투자보다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뚜레쥬르 북미사업 성공 요인으로 ▲압도적 제품력 ▲표준모델 진화 ▲전략적 현지화를 꼽았다. 명 이사는 "사실 뚜레쥬르는 미국 현지에서 거의 무명의 브랜드였다. 그런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제품력 밖에는 없었다"고 전했다.
명 이사는 이를 오히려 차별화된 제품력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그는 "북미 베이커리시장에는 오래된 브랜드나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며 "뚜레쥬르는 약 200여 종의 제품군을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했고 이 같은 전략이 팬데믹을 거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시각적 설계에도 전략적 접근이 반영됐다. 그는 "제품 외관만 보고도 맛이 상상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접근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채널과 접점이 있지만 북미시장은 그렇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와 품질, 즉 '진짜 실력'이 있을 때에만 낯선 시장에서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뚜레쥬르는 미국 내 매장 운영에 있어 '브랜드 표준모델'을 고집했다. 매장 오픈에 평균 1년 이상 소요되는 북미시장 특성상 매장 하나가 곧 브랜드라는 인식 아래 본질적 경험을 우선시한다는 판단에서다. 명 이사는 "해외에 진출할 때 트렌디한 인테리어보다 브랜드 코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지화 전략은 가장 까다로운 과제로 꼽혔다. 명 이사는 "전략적 현지화는 언제나 어려운 문제"라며 "얼마나 현지화할지, 또 얼마나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황금비율'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그 균형을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철학과 직결된 요소는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고객 경험과 운영 방식은 현지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며 "제품의 다양성은 유지하되 마케팅은 철저히 현지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재 구성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됐다. 명 이사는 "브랜드 철학과 맞닿은 핵심 인재는 내부에서 철저히 교육해 직접 파견하고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해 현지 리더도 적극적으로 발탁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본사와 현지간 조직의 균형을 맞춰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뚜레쥬르 글로벌 진출 성공의 90%는 실패의 역사였다"며 "이러한 시행착오를 다른 기업들은 줄이고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 성장하며 지속가능한 K-트렌드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