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그룹이 최근 재무개선을 목표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킹사태 등 일부 악재가 발생하면서 경영환경에 먹구름이 꼈다. 계열사 정리 등 운영개선을 통해 내실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년간 그룹사 전반에 퍼진 재무 리스크는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있다. 주력 사업서 실적 반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캐즘현상 등 대외환경 악화로 올 하반기 사업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를 향한 대규모 투자가 임박하면서 재무체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 속, 주요 그룹사들의 재무·사업적 과제 전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령 기자]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가스기업 SK에어플러스와 반도체 모듈기업 에센코어를 편입한 데 이어 올해는 SK머티리얼즈 계열 4개 소재 자회사까지 추가로 품으며 반도체 밸류체인을 본격 구축 중이다. 수익성이 낮은 환경사업은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이는 내년 상반기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 재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반도체 연관 사업을 강화하는 '반도체 종합 서비스 포트폴리오' 전략을 공개했다. 기존 도시정비·환경 중심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설계·조달·시공(EPC) 및 소재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편입 대상은 SK머티리얼즈 CIC 산하 SK트리켐(포토공정), SK레조낙(식각공정), SK머티리얼즈제이엔씨(증착공정),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특수 소재) 등 4개 반도체 공정 소재 기업이다. 해당 기업들의 지난해 기준 매출 총합은 약 3500억원으로, SK에코플랜트는 이들 편입을 통해 반도체 핵심 공정 소재의 내재화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편입과는 별개로 이 회사의 반도체 기반 사업의 성과는 일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편입한 SK에어플러스(산업용 가스), 에센코어(반도체 모듈) 등을 바탕으로 2025년 1분기 하이테크사업 부문 매출은 1조1482억원으로 전년 동기(947억원) 대비 약 10배 급증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도 4.6%에서 44.0%로 확대됐다.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 산업용 가스, 메모리 반도체 판매 등 고부가가치 기반 사업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SK에코플랜트는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4개 소재 자회사 편입을 올해 12월 완료할 계획이다. 김웅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반도체 4개사 자회사 편입을 통한 이익창출력 제고로 재무부담 소폭 완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4개사 편입이 마무리되면 산업용 가스, 소재, 모듈까지 아우르는 반도체 밸류체인이 완성돼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수직계열화 구조가 자리 잡을 전망이다.
반면 기존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환경사업 부문은 재편 수순을 밟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앞서 2020년 리뉴어스를 시작으로 소각·매립·재활용 등 환경 자회사를 잇따라 인수하며 약 3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후 수익성 정체와 차입금 부담이 가중되자 최근 리뉴어스·리뉴원 등 핵심 자회사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통합 브랜드 '리(re)' 상표권도 자회사 리뉴어스로 넘기며 향후 매각 효율성까지 고려한 정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브랜드 직접 사용 주체와 소유권 일원화를 통해 브랜드 가치 제고에 책임성과 주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시정비 사업에 대한 전략적 선택도 눈에 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들어 이달 15일 서울 중랑구 면목7구역 재개발 사업 한 건만 수주하며 지난해 상반기 5건에 비해 확연히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선 IPO를 앞두고 수익성이 낮은 정비사업보다는 핵심 포트폴리오 정비에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프리IPO 당시 투자자들에게 오는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정했다. 다만 SK그룹이 리밸런싱을 하는 과정에서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아래서 각 계열사들이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 철학에 따라 각자도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IPO가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은 연내 완료 예정이며 반도체 사업 비중 등 구체적 수치는 아직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도시정비 수주 사업 등 기존의 사업은 계속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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