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트폴리오 분석
'자본잠식' SK시그넷, 해외사업 순탄할까
①수년간 마이너스 행진에 재무체력 '휘청'…시장선 "경영 정상화 우선"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8일 14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최근 재무개선을 목표로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해킹사태 등 일부 악재가 발생하면서 경영환경에 먹구름이 꼈다. 계열사 정리 등 운영개선을 통해 내실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수년간 그룹사 전반에 퍼진 재무 리스크는 여전히 뿌리 깊게 박혀있다. 주력 사업서 실적 반등이 뒤따라야 하지만, 캐즘현상 등 대외환경 악화로 올 하반기 사업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를 향한 대규모 투자가 임박하면서 재무체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 속, 주요 그룹사들의 재무·사업적 과제 전반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SK시그넷 최근 3년간 주요 재무 현황.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그룹이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인 SK시그넷 지분을 늘리면서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리밸런싱 일환으로 SK시그넷을 매각할 것이란 가능성까지 점쳐졌지만, 수년간 이어진 실적·재무 둔화에 몸값이 크게 하락하면서 '기업 회생'으로 방향키를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캐즘 및 품질 이슈로 사업 환경 전반이 크게 악화한 만큼, 신규 해외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시장·수익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지난해 결손금이 3배 가까이 늘고 자본금도 마이너스 전환하면서 재무 체력이 큰 폭으로 저하한 점을 고려하면, 외연 확장보단 내실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또 미국에서 품질 이슈가 크게 터진 사례가 있어 해외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최근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SK시그넷 지분율을 늘리면서 리밸런싱 관련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앞서 SK는 2021년 전기차 사업 확장을 목표로 SK시그넷을 인수했다. 이후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급속 충전기 시장 1위에 올라서는 등 유의미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전기차 캐즘 및 충전기 품질 이슈로 재무적 타격이 가해지면서 경영환경이 크게 둔화한 상황이다.


SK시그넷은 지난해 매출 8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5.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2441억원) 규모는 77.3% 급증하고 결손금(3751억원)도 186.3%나 불어났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3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면서 재무 부담을 한층 가중시켰다.


특히 최근 3년간 부채총계가 ▲2022년 480억원 ▲2023년 1614억원 ▲2024년 3467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인 반면,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2619억원 ▲1373억원 ▲ 마이너스(-) 1028억원으로 주저 앉으면서 부채·유동비율이 큰 폭으로 악화했다. 이 같은 추이는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결손금이 3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 속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같은 기간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및현금성자산 역시 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나 감소했다.


최대주주인 SK는 계열사 매각이 아닌 반등에 베팅하기로 했다. SK시그넷이 올 초 진행한 15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69.96%까지 확대하면서다. 


앞서 SK는 올 1분기 기준 SK시그넷 장부금액을 전년 동기 대비 57%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당초 'SK시그넷 매각설'이 돌 만큼 추가 사업·투자 기대감이 낮았으나, 수년간 SK시그넷 실적·재무 악화가 누적된 뒤 시가총액이 기존 대비 80% 가까이 쪼그라들면서 재무 부담을 일부 감수하고서라도 회생 절차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가 최근 몸값이 하락한 11번가를 다시 품을 것'이란 후문까지 도는 상황 속, SK시그넷 역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서 쉽사리 매각에 나설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시그넷의 급속충전 기술력과 미국시장 입지를 고려하면 추후 캐즘 이후 반등이 유력한 회사 중 하나"라며 "당장 매입 희망사를 찾는 데서부터 애를 먹는 만큼, 당분간 그룹 차원서 '울며 겨자먹기' 식이라도 회사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시그넷 최근 3년간 부채·자본 변동. (그래픽=신규섭 기자)

실제 SK시그넷은 이번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기반으로 당분간 각자도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중 현금 확보한 115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분류해 ▲전기차 충전기 원재료 매입 ▲전기차 충전기 업그레이드 ▲품목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신규 해외사업 영역을 넓혀 중장기 수익·성장성을 확보해 나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새로 선임된 김종우 대표가 글로벌 전략에 능통한 전문가로 손꼽히는 만큼 중장기 성장을 위한 외연 확장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SK시그넷은 최근 미국 정부의 '충전인프라확대보조금(NEVI)' 집행 지연에 선제 대응키 위해 캘리포니아에너지위원회(CEC) 등 주·지방정부 주도의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 참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유럽·중동·아시아 등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멕시코 등 신규 해외시장 진출 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다만 해외에서 품질 이슈로 사업이 크게 휘청거리면서 레퍼런스에 타격을 입어 해외 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SK시그넷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NEVI 프로그램 외에도 민간 충전 인프라 시장에 집중하고, 아시아부터 유럽까지 글로벌 파트너십도 적극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자본잠식 상황 속 전기차 캐즘 및 품질이슈 여파가 일부 이어지는 만큼, 당장 무리한 외부확장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란 시장 우려도 상존한다. 실제 SK시그넷 미국법인은 수년째 이어지는 순손실에 허덕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년 전 품질 논란이 일었던 당시 오랜 거래처들까지 교류를 중단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했던 만큼,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중장기 성장 투자를 위한 내실 확보에 먼저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캐즘과 품질이슈 관련 여파가 아직 재무지표 곳곳에 반영돼 있어, 경영 효율화에 다각적으로 나서야할 때"라며 "외연확장에 앞서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 재무체력을 다져놔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한편 SK시그넷은 올해 국내 시장 공략에 한층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근 SK시그넷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복합충전소를 열고 수요처 확대에 나섰다. 복합충전소는 SK시그넷 초급속 충전기를 중심으로 세차장, 편의점 등이 몰려있는 종합 휴식 공간이다. SK시그넷은 이번 복합충전소를 시작으로 지역별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발표한 V2 라인업도 중속부터 초급속까지 폭 넓은 고객 니즈를 충족하는 데 목표를 두는 만큼, 수요·매출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SK시그넷 관계자는 "국내선 공공사업 분야 1위를 유지하며 대형고객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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