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직방이 최근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세확장과 기업공개(IPO) 행보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넘어 스마트홈 등 신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구상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선 직방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직방의 기업가치는 최근 투자유치액을 근거로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직방은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의 크레딧 투자 부문인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과 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유치는 2022년 시리즈E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산업은행과 IMM인베스트먼트, 하나증권 등으로부터 1000억원을 투자 받았는데, 당시 기업가치도 2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투자가 3년 만에 이뤄졌음을 감안하면 그간 직방의 성장은 예상만큼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상당수의 벤처 유니콘들의 가치가 3~4년 전에 비해 후퇴한 것에 비해서는 그나마 동일한 밸류를 지키면서 신규투자를 유치한 것에 점수를 주는 시각도 있다. VIG는 직방의 시장 영향력과 장기적 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투자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선 우선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14억원, 영업손실 287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유지했으며 영업손실은 전년(408억원) 대비 121억원 줄었다. 적자 폭이 30% 이상 감소한 셈이다. 특히 지난 1분기에는 별도 영업이익 3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직방은 최근 스마트홈 분야에서 새 제품을 출시하는 등 신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2022년 삼성SDS 홈IoT 사업부문을 인수해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월에는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기반 스마트 도어록 '헤이븐'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얼굴·음성인식이 모두 가능한 공동현관용 AI로비폰 '알파'를 출시했다. 신사업이 가시화하고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한 만큼 향후 수익 창출을 통해 성장세를 담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면서 유동성 위기 논란에서도 벗어났다. 직방은 2022년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신규 투자가 끊기면서 현금성 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현금성 자산은 208억원으로 전년(442억원) 대비 52.9%(234억원) 급감했다. 2022년(593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인 65%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투자를 받지 못했다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었지만 이번 투자 유치로 이 같은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
반면 부정적 시각도 잔존한다. 핵심 사업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자체의 한계가 여전한 불안 요인이다. 단순 중개 서비스로는 수익성을 높일 수 없어서다. 직방은 플랫폼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고 했다. 이에 2021년 이용자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아파트를 매매, 계약할 수 있도록 한 비대면 중개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의 거센 반발에 이 시도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후 매출 감소를 겪으면서 IPO도 잠정 연기했다.
직방이 2022년 인수 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스마트홈 사업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본업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사업과 IoT 사업 간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벤처투자 심사역 출신인 안성우 대표가 본업과 무관한 IoT 사업을 인수했을 때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며 "스마트홈 시장에서 직방 브랜드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빠른 시일 내 성장해 IPO까지 다시 추진했으면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비대면 거래 서비스도 무산되고 적자가 이어지면서 단기 회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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