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자율주행 센서 등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업체 '넥스트칩'이 500억원대 유상증자에 나섰다. 최대주주가 참여하지 않는 대규모 '일반공모' 방식이어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코스닥 상장사 넥스트칩은 최대주주 '앤씨앤'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황에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불가피하게 일반공모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넥스트칩은 공모 자금을 통해 재무 개선 및 자율주행 센서에 들어가는 반도체 기술을 고도화하겠다며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 달라는 입장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넥스트칩은 전날(16일) 일반공모 방식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신주 939만8500주를 주당 5320원에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넥스트칩 시총의 37%에 달하는 규모다.
주목할 점은 자금조달 방식이다. 500억원 유증을 주주배정 등이 아닌 일반공모로 진행한다. 일반공모는 주주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주를 청약받는 방식이다.
넥스트칩이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불발됐기 때문이다. 그간 넥스트칩은 외국계 자동차부품사를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하기 위해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이후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 추진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으나 최대주주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를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게 넥스트칩의 설명이다.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의 참여 정도가 유증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데, 최대주주인 앤씨앤 역시 재무 상태가 넉넉치 않아서다.
차량용 블랙박스 개발·판매사 앤씨앤은 별도 기준 3년 연속 영업적자와 순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유동비율은 122.8% 수준에 그친다. 만약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앤씨앤이 투입해야 할 청약 금액은 단순 지분 비율로 계산했을 때 최대 213억원에 달한다.
앤씨앤의 올해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4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감당이 어려운 수준이다. 앤씨앤은 자회사인 넥스트칩의 법차손(법인세 차감 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 이상) 문제로 올해 초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관리종목 지정과 관련한 법차손 요건이 '연결' 기준이기 때문이다.
넥스트칩은 주력 제품인 차량용 센서칩(ISP)과 자율주행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온칩(SoC) 기술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입하면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2023년 R&D 비중은 매출의 94.7%에 달하기도 했다.
모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금 수혈이 시급한 넥스트칩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앤씨앤 관계자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최대주주의 여력이 안돼 일반공모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넥스트칩의 성장 발판과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주 발행가액(5320원)은 기준주가 대비 25% 할인된 금액이며 기존 주주 역시 참여는 가능하다.
넥스트칩은 500억원의 자금조달을 통해 채무상환 192억원과 운영자금 300억원, 발행제비용 8억원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1순위는 2023년 10월 발행한 전환사채(CB) 상환이다. 오는 10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앞두고 선제적인 재무구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300억원의 운영자금으로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SoC. ISP 및 열화상 센서 SoC 개발자금(140억원)과 신규사업으로 추진 중인 Full Stack 플랫폼 Biz. 추진 자금(160억원)에 투입한다.
넥스트칩 대표이자 앤씨앤 최대주주인 김경수 대표는 전날 주주서한을 통해 이번 유증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기존의 재무구조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기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자본 확충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며 "단기 유동성 확보보다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와 사업 실행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넥스트칩은 단순히 기술개발 기업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과를 창출하는 회사로 진화하고자 한다"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그 실행력의 토대가 될 것이고 이는 곧 주주가치 제고라는 최종 목표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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