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SKC가 종속기업 SK넥실리스의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실적 부진에 놓인 2차전지 소재사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박원철 SKC 대표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 임원 당시 추진했던 2차전지 사업은 지속해서 축소·재편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SK 수펙스에서 신사업 관련 업무를 맡았던 박 대표는 2022년부터 SKC CEO를 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C는 자회사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지분 매각조건에 관한 사전심의를 최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원철 대표이사 사장, 기타비상무이사인 김기동 SK㈜ 재무부문장이 포진해 있는 미래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미래전략위원회는 경영전략과 주요 투자를 심의하는 이사회 내 위원회다.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지분 매각에 관한 사전심의는 이사회 보고를 앞두고 이뤄진 절차로 파악되고 있다. 사전심의 이후 이사회에서 지분 매각 규모, 인수 대상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C 측은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번 매각의 경우 SK그룹 차원의 2차전지 밸류체인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SKC가 2020년 인수한 2차전지용 동박 사업 계열사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으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동박사업을 하는 SK넥실리스 실적도 부진하다. 지난 2년(2023~2024) 누적 영업적자는 2256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도 346억원의 적자가 이어졌다. 2022년 8100억원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3180억원으로 감소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지분 100%의 생산법인(SK 넥실리스 말레이시아)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조2600억원으로 자본과 부채는 각각 7000억원, 5600억원이다. 지난해 연매출 300억원에 순손실만 290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는 매출 17억원, 순손실 80억원이었다. 동박 사업부문의 공장 가동률은 2023년 55%, 지난해와 올해 1분기 기준 34%에 불과했다.
SKC는 최근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10월 지배구조 단순화를 위해 SK넥실리스-에스케이씨에프티홀딩스를 합병했고 지난해 11월 SK넥실리스의 연성동박적층판(FCCL) 사업을 처분했다. 올해 4월 사모투자(PE)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에 950억원에 매각하는 절차를 매듭지었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SK그룹 편입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SKC는 실리콘 음극재 자회사 얼티머스 매각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동박사업 축소의 경우 박원철 SKC 대표가 총대를 멘 2차전지 사업 축소와 맞닿아 있어 주목된다. 박 대표는 2022년 SKC CEO에 선임되기 전 SK 수펙스에서 신사업 검토 업무를 맡았다. 2018년 SK 수펙스 글로벌성장지원팀 임원, 20199년 SK 수펙스 전략지원팀 임원, 2020년 SK 수펙스 신규사업팀장 임원을 지냈다. SKC가 2020년 1월 SK넥실리스(당시 KCFT)를 1조2000억원가량에 인수할 때 박 대표는 SK 수펙스에서 신규사업팀장으로 주요 업무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 주도 하에 SKC는 SK넥실리스 인수 후 주력 사업이 필름·화학사업에서 친환경, 첨단사업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SK넥실리스가 2022년까지 SKC의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며 박 대표의 전략은 들어맞는 듯 했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캐즘과 함께 아픈 손가락이 됐다. SK넥실리스 부진에 SKC 재무 부담도 가중됐다. SKC의 순차입금은 2022년 말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SK넥실리스의 순차입금은 같은 시점 72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SKC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생산법인 매각 관련 논의가 된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 스텝으로 구체적으로 진행된 부분은 없다"며 "매각 계획이 있어도 이사회 승인 없이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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