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줄인 메리츠證…글랜우드 PE 출자의 포석
대기업 카브아웃 거래 수요 확대 주목…기업 재무주치의 지향 정통IB 강화 포석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6일 08시 1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메리츠증권)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메리츠증권이 첫 사모펀드(PEF) 출자 대상으로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를 지목하면서 사업적 전략 변화를 엿보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브아웃(Carve-out)' 딜을 선호하는 글랜우드PE를 택한 것에도 적잖은 함의가 있다는 해석이다. 기업과의 접점을 보다 수월하게 넓혀 정통 기업금융(IB)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메리츠화재와 함께 글랜우드PE의 3호 펀드에 대한 150억원 규모의 출자약정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이 50억원, 메리츠화재가 100억원을 각각 출자한다. 메리츠증권의 PEF 출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출자를 포함해 총 500억원을 올해 안에 다른 PEF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이미 다른 PEF의 신규 블라인드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하기 위해 막판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이 첫 PEF 출자를 글랜우드PE로 결정한 것은 국내 기업들의 카브아웃 거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카브아웃 거래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부문을 별도로 떼어내 주고받는 방식의 기업 인수·합병(M&A)이다. 계속된 고금리·저성장 기조로 국내 기업이 몸집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카브아웃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계열사나 사업부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난해 2월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 사업부를 한앤컴퍼니(한앤코)에 매각했다. 올해는 SK엔펄스의 반도체 웨이퍼 표면 평탄화(CMP) 패드 사업부와 특수가스 제조 계열사인 SK스페셜티의 경영권을 팔았다.


글랜우드PE도 시장에서 대기업 카브아웃을 선호하는 PEF로 지목된다. 최근 LG화학의 해수담수화용 역삼투막(RO) 멤브레인 제조 사업 부문인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월엔 SKC의 폴리우레탄 원료 자회사인 SK피유코어 지분 전량을 4024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은 글랜우드PE 출자를 통해 기업과의 커버리지 접점 확대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증권사가 PEF에 출자하면 인수금융 제공으로 연결되는 등 추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정통 IB영업 확대를 추진 중인 메리츠증권의 수익구조 다각화에 일조할 수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으로 발행한 이자 및 수수료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PF 주선이 대부분이었던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IB 부문 당기순이익은 3210억원으로 전체 당기순이익(6960억원)의 절반에 육박했다.


이러한 순이익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IB 역량 강화가 한창이다. 비슷한 시기 김미정 종합금융본부장을 BNK투자증권에서 스카웃했다. 지난 4월엔 KB증권 출신 이경수 ECM담당 상무가 합류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지만, 금리 상승에 수익성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며 "이번 PEF 출자를 계기로 부동산 PF에 집중돼 있는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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