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지금까지 한국 e스포츠의 성장은 불안정 속에서 만들어진 기적이었다. 이제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국가 전략 사업을 통해 e스포츠의 넥스트를 준비해야 할 때다.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더 이상 디플러스 기아 같은 구단이 새롭게 만들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준영 디플러스 기아(Dplus KIA) 부대표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딜사이트 주최로 열린 '2025 게임포럼'에서 한국 e스포츠 산업이 맞닥뜨린 구조적 문제를 짚고 이에 대핸 정책적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은 시청자 수 5억3000만 명, 연평균 성장률 21.9%, 시장 규모 11조원에 달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6년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협력해 'e스포츠 게임즈'를 정기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스포츠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저 스포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내 e스포츠 역시 리그오브레전드챔피언스코리아(LCK)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산업의 내면은 녹록지 않다. 이 부대표는 "현재 LCK에 참여 중인 국내 10개 구단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들의 최근 3년간 누적 적자 규모는 1000억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이 부대표는 구단 재정난의 주요 원인으로 ▲과도한 선수 연봉 ▲부족한 수익원 ▲종목사 중심의 낮은 운영 자율성을 꼽았다. 이 부대표는 "상위권 선수는 수십억 대 연봉을 받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구단의 재정적 부담을 심화하고 있다"며 "반면 티켓 수익, 중계권, 스폰서 유치 등 주요 수익원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미비한 점도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목사가 IP, 중계권, 콘텐츠, 스폰서십 등 핵심 권한을 모두 갖고 있어 구단의 운영 자율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표는 프로스포츠와의 비교를 통해 e스포츠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보다 직관적으로 설명했다. 이 부대표는 "프로스포츠는 전용 경기장, 아마추어 리그, 주최 단체의 운영 지원금, 선수 등록 제도 등 제도적 기반이 잘 마련돼 있지만, e스포츠는 이 모든 요소가 부족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기반의 부재는 결국 해외 자본 유입을 촉진시키고, 국내 산업의 주도권을 점차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로벌 IP를 보유한 게임사들이 해외 본사를 중심으로 리그를 운영하면서 국내 주요 구단들조차 미국 자본 또는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대표는 "이로 인해 우수 선수들의 해외 유출이 이어지고, 국내 자본의 투자 유인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부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지자체 협업 모델 구축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 ▲법적 기반 마련을 제시했다. 이 부대표는 "특히 프로스포츠에서 운영 중인 주체 단체 지원 사업 도입을 통해 운영비 일부를 보전해 주는 것과 같이 이 스포츠에도 지원금이 도입돼야 한다"며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 주요 국가들은 e스포츠의 성장 가능성을 일찍이 인지하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항저우, 상하이 등에서 도시 단위로 정책을 추진하며 연간 2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전용 경기장을 설립하고 있다. 미국은 지방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프랜차이즈 리그 구조를 도입하고 수백억 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 중이다. 유럽은 EU 의회 결의안을 통해 장기적인 산업 지원 전략을 확립하고 있으며,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부대표는 "이대로 해외 자본 유입과 우수 선수의 해외 유출이 계속된다면 한국 리그는 단순한 '선수 수출형 육성 리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 '넥스트 e스포츠'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 부대표는 "e스포츠 팬덤은 아이돌 팬덤화가 되어 가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스포츠 인프라 조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프로게이머, 콘텐츠 기획자, 스트리머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 팬들의 관심과 협력이 이어진다면 한국 e스포츠는 황금기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