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그룹퍼시스홀딩스 인적분할, 승계작업 속도 내나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퍼시스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아온 '퍼시스홀딩스'가 최근 인적분할을 단행하면서 '오너 2세' 손태희 사장으로 지배력을 이양하는 승계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나온다. 손 사장이 지배하고 있는 '일룸'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온 퍼시스홀딩스 경량화에 마지막 단추를 꿰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일룸이 향후 기업공개를 통해 구주매출에 나선다면 자금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퍼시스홀딩스는 올해 5월 회사를 퍼시스홀딩스(존속법인)과 퍼시스지주(신설법인)으로 쪼개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존속법인은 부동산 임대업과 기타 용역 사업을 그대로 영위하고 신설법인은 기존 퍼시스홀딩스가 보유한 관계기업투자주식, 매도가능증권 등 투자자산을 이전받는다. 이번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온 퍼시스홀딩스 경량화 작업에 마지막 단추를 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퍼시스홀딩스는 2007년 생활가구부문을 물적분할해 '일룸'을 설립했고 2017년에는 퍼시스에서 인적분할돼 신설된 '팀스' 지분을 일룸에 양도했다. 이후 팀스는 퍼시스홀딩스의 '의자 제조 및 유통사업'을 양수하면서 사명을 시디즈로 변경했다.
이번 인적분할로 신설법인인 퍼시스지주는 생활가구(일룸)·교육가구(팀스)·의자(시디즈)·부동산임대업(퍼시스홀딩스) 등 사업부문을 모두 떼어냈다. 이에 퍼시스지주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퍼시스의 지분 33.57%를 보유한 순수 지주회사가 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2636억원(부채 69억원, 자본 2567억원) 수준이다.
퍼시스그룹이 퍼시스지주의 사업부문을 모두 떼어낸 이유는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현재 그룹의 지배구조는 손 명예회장이 지분 80.51%을 보유한 퍼시스지주와 손 사장이 지분 29.11%를 보유한 일룸으로 양분돼 있다. 결국 그룹 지배력을 갖기 위해 손 회장의 퍼시스지주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손 사장은 퍼시스지주의 기업가치가 낮을수록 유리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다만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실제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54조에 의거한 퍼시스지주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774억원에 달해 손 명예회장의 지분 가치도 223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적분할로 부동산 임대업 부문을 떼어냈지만 기존 토지 및 건물 자산(약 193억원)이 적은 탓에 단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시장에서는 퍼시스그룹의 승계작업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일룸의 기업공개(IPO)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IPO 과정에서 일룸이 자사주(61.29%)를 적극 활용하면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물론 손 사장의 지배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일례로 일룸이 자사주 21.29%를 매각(구주매출)하고 나머지 40%를 소각하면 회사는 수백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손 사장의 지분은 48.52%로 상승하게 된다.
이후에는 퍼시스그룹이 다양한 승계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손 명예회장이 자신의 퍼시스지주 지분을 일룸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일룸이 손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으면 법인세 최고세율(24%)이 적용되더라도 증여세가 500억대에 그쳐 IPO 과정에서 확보한 자금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일룸이 퍼시스지주를 계열사로 품으면서 손 사장의 지분가치가 상승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외 일룸과 퍼시스지주의 합병이나 손 사장이 자신의 일룸 지분을 매각해 증여세를 마련할 가능성도 아예 없진 않다. 다만 합병안의 경우 일룸의 기업가치가 퍼시스지주를 크게 상회해야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손 사장이 손 명예회장의 지분을 직접 증여받는 것은 정공법으로 통하나 1000억원대의 증여세를 물어야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와 관련 시장 관계자는 "퍼시스그룹의 이번 인적분할은 승계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시그널로 읽힌다"며 "일룸이 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손 명예회장의 지분을 현금출자 받는 식으로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퍼시스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퍼시스홀딩스의 인적분할은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며 "현재 승계 계획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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