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무신사가 글로벌 진출을 앞두고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낸다. 해외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물류 등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만큼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초기 진출 시장인 일본보다 시장 규모가 큰 중국시장에 더욱 힘을 줄 방침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2030년까지 중국에만 1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 예정이다. 현재 무신사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총 33개다. 국내보다 더 공격적으로 중국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서는 셈이다. 중국 첫 매장은 올해 4분기에 상하이나 항저우 등 대도시를 검토 중이다. 일본에도 내년 초에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에 2~3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열 예정이다.
무신사의 오프라인 채널은 크게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와 입점 브랜드를 편집숍 형태로 꾸린 무신사 스토어 두 가지 형태다. 앞서 무신사는 지난 4월 총판 파트너십을 맺은 브랜드 마뗑킴 매장을 일본 도쿄에 열며 해외 오프라인 시장의 가능성을 점쳤다. 마뗑킴 일본 매장을 통해 K-패션의 가능성을 확인한 무신사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거래액과 매출액도 공격적으로 잡았다. 우선 무신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대거 확대하는 중국시장에서 2030년까지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무신사의 작년 전체 매출액이 1조242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중국 패션시장은 규모는 665조원에 달한다.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는 온라인 상에선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며 수수료를 기반으로 매출을 올리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매출이 전부 그대로 반영된다. 실제로 무신사의 작년 매출액은 1조원 수준이지만 거래액은 4조원이 넘는다.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100개 이상 확대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잡은 만큼 목표 매출액도 높게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올해 연간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또 월 1억원 이상의 거래액이 나오는 브랜드를 50개 이상 창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 일본에서 1억원 이상 거래액이 발생하는 브랜드는 마뗑킴을 포함해 총 7곳이다. 작년 전년 대비 거래액이 2배 이상 성장하며 성장 가능성을 보인 브랜드는 350여개에 달한다.

이처럼 무신사의 글로벌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건 박준모 대표가 선임된 이후부터다. 작년 6월 한문일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선임된 박 대표는 아마존과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업계에서 이력을 쌓은 인물이다. 29CM 대표 시절 무신사에 인수된 29CM를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확장시키며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는 무신사 대표로 온 뒤 작년 12월 적자를 지속하던 리셀(되팔기) 플랫폼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자회사 에스엘디티를 흡수 합병했다. 부진 자회사를 재정비한 박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에 고삐를 당길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각 일본과 중국 법인장으로 허철 무신사 재팬 대표와 김대현 무신사 차이나 대표를 선임했다. 허철 대표는 컨설팅 회사 맥킨지 출신으로 글로벌 사업 개발도 총괄하고 있다. 김대현 대표는 이랜드에서 중국 사업을 담당했던 이력이 있으며 박준모 대표가 29CM 대표로 있던 시절 29CM에서 패션2실 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부진 자회사 효율화 작업과 인사를 마친 박준모 대표는 글로벌 사업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신사는 2018년 총 거래액이 5000억원이 안됐는데 2020년에 1조원을 넘기며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에서 만든 시장 기회를 해외에서 똑같이 만들 것"이라며 "2030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조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박 대표가 제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많은 투자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오프라인과 해외 물류는 모두 투자비용이 크게 드는 영역이다. 특히 무신사는 일본에서는 패션 플랫폼 조조타운과 중국에서는 스포츠 브랜드 안타스포츠와 협업해 현지 협업사의 물류망을 활용할 예정이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물류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신사는 물류 자회사인 무신사로지스틱스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배송 역량을 위해 무신사는 국내 물류센터에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있고, 해외에 브랜드 재고를 보유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에서 주문하는 소비자도 국내에서 주문하는 것과 비슷하게 1~2일 만에 상품을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무신사는 국내와 해외 상장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박 대표는 "글로벌 사업은 상당히 많은 투자가 요구된다. 물류와 오프라인 등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 투자를 수반한다"며 "기업공개(IPO)는 글로벌 확장에 있어 중요한 투자 방식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원하는 수준의 자금 조달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무신사가 국내 상장에 나설 경우 크게 어려울 게 없겠지만 해외 상장은 낮은 글로벌 인지도와 거래액 대비 낮은 매출 규모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조달 규모를 감안해 국내와 해외 모두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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