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갤럭시
AI로 애플 앞질렀지만…"구글 의존도 덜어야"
구글 '제미나이' 탑재로 AI 강화…구글 의존도 숙제 "AI 개발 한계 우려"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1일 15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를 통해 고도화된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가 된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애플을 앞질러 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필두로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반면, 애플의 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미완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혹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AI 스마트폰 기능에서 두 기업 간의 격차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갤럭시 AI의 상당 기능이 구글 '제미나이'에 의존하는 만큼 구글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 AI 발전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하며 갤럭시 AI를 첫 선보인 이후 본격적으로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갤럭시 AI는 하이브리드 생성형 AI 모델로, 온디바이스 AI와 파트너 생성형 AI 모델을 클라우드 AI가 결합된 형태다.


올해에는 AI 기능을 고도화한 갤럭시 S25 시리즈를 출시하며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조했다. 사진 편집 등 단순 AI 기능을 넘어 AI 플랫폼인 '원 UI 7'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해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했다.


제미나이는 갤럭시 내 기본 앱과 연동해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거나 일정을 저장해 주는 등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텍스트, 코드, 이미지, 오디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데 특화돼 있어, 온디바이스 AI로만 처리하기 어려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이미지 생성 등 화제가 된 AI 기능들이 구글과 협력한 결과물이다.


구글 제미나이를 앞세운 갤럭시 AI는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기의 최근 3개월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갤럭시 AI를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생성형 이미지 편집 기능을 제공하는 '포토 어시스트' 사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능은 갤럭시 제품으로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는 계기로도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유튜브 등 여러 SNS에서 갤럭시의 AI 기능을 애플과 비교하는 영상 등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의 성공에 힘입어 웨어러블 모델 등을 포함한 AI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럭시 워치, 버즈 등 다른 기기와 AI가 함께 쓰일 때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해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며 "갤럭시 폰과 함께 강력한 '갤럭시 AI 생태계'를 형성해 한층 진화된 첨단 기술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 제미나이를 갤럭시 웨어러블 라인업에 통합할 예정이다. 이에 갤럭시 워치를 통해 일정을 확인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AI 에이전트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갤럭시 버즈에서도 제미나이를 활성화해 스마트폰이 없어도 간단한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내달 초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은 AI 스마트폰 경쟁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AI 지각생'이라 불리며 별다른 개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이후 내놓은 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갤럭시 AI보다 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iOS 18.1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능 일부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애플의 음성 비서인 '시리(Siri)'의 자연어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사용자에게 중요한 알림 우선 제공, 생성형 이미지 편집, 글쓰기 교정 등 기능을 제공했다. 또한 오픈 AI와 손을 잡고 사용자가 원할 때 챗GPT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시리, 글쓰기 도구, 이미지 편집 등 일부 기능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 이후 애플의 AI 개발 기능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유튜브를 통해 갤럭시 AI와 비교 영상들이 화제가 되면서다. 해당 영상에는 AI 기능으로 사진을 변형했을 때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자연스럽게 사진을 만들어 낸 반면, 아이폰은 부자연스럽게 사진이 편집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는 올해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9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차세대 AI 기술을 공개했지만 또다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날 애플은 실시간 번역 지원, 스팸 전화·메시지 감지, 챗GPT 스타일 이모지 제작 등 AI 기능을 발표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이미 갤럭시 AI에 도입됐다는 점에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애플 자체 AI가 아닌 챗GPT와의 연관성만 강조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열린 WWDC에서 AI 기능을 강화한 시리 출시를 예고했지만, 올해 WWDC에는 관련 발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블룸버그는 "이번 WWDC가 AI 측면에서 실망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칫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에 당분간 삼성전자와 애플 간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격차는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애플은 사용자 경험 중심 전략을 고수했지만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구글과 협력한 만큼 AI 분야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며 "AI는 한 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애플도 추격 중이지만 격차가 누적돼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의 본질적인 경쟁 상대는 삼성전자가 아닌 구글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갤럭시의 운영체제(OS)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인데다 그동안 구글과 애플의 경쟁 구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AI 스마트폰 경쟁에서 애플의 경쟁상대는 구글로 봐야 한다"며 "물론 갤럭시 자체 온디바이스 AI도 애플보다 뛰어나다. 다만 기기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은 OS와 소프트웨어의 역할이다. 안드로이드는 2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유저의 저변이나 숙련도가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과도한 구글 의존도가 지적된다. 소프트웨어 부분을 구글에 의존하는 게 오히려 AI 개발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S25에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인 가우스도 탑재됐지만, 상당수 기능을 구글 제미나이에 의존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체 AI인 '빅스비'가 제미나이에 비해 후순위로 밀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의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접촉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양사는 퍼플렉시티 검색 기술을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에 통합하거나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삼성전자 기기에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글 의존도를 줄이고 외부 업체와의 협력으로 AI 생태계를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구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해소하지 않는 한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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