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가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테일러팹의 완공 속도가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의 대형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공사 진행이 더뎠으나, 최근에는 다시 투자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테일러팹은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약 370억달러를 들여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이다. 당초 2·4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거점으로 설계했으나 2나노 공정에만 주력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미국 정부로부터는 47억4500만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테일러팹은 PH1 마무리 훅업 공사를 진행 중이며, PH2도 공사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훅업 공사는 생산 라인 내 반도체 장비와 관련 설비들을 전기적·기계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으로, 통상 반도체 장비 설치의 최종 단계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테일러팹을 당장 2026년 말에 가동하고자 마무리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평택캠퍼스의 일부 인력들도 지난달부터 테일러팹으로 보내 3개월씩 교대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작업 환경과 관련된 애로사항이 제기되는 등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장 한 관계자는 "현재 테일러팹에서 평택캠퍼스 내 한국인 인력들을 끌어오려고 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스타 비자를 통해 3개월 단기 체류로 들어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텍사스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보니 10명 중 2명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삼성전자에서 E2 비자 신청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일러팹에 파견했던 인력을 철수시키는 등 투자를 지연시킨 바 있다. 현재 2나노 공정 대형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공사가 완료되면 곧바로 감가상각비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매년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테일러팹 가동 시점 역시 2026년 말로 연기했다.
하지만 장기간 공사를 지연시키기는 힘든 만큼 현재로서는 완공에 다시금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동시에 투자 규모도 소폭 늘어났다. 삼성물산의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99.6%였던 테일러팹 1공장 신축공사 진행률은 올해 1분기 말 91.8%로 조정된 바 있다. 공사 범위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해당 공사는 지난해 4월 15일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올해 10월 31일로 연기된 상태다.
삼성물산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현재 계약상 납품기일은 경과하였으나, 발주처가 요구한 추가 공사 등으로 인해 공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공사미수금 총액 역시 1209억원에서 4806억원으로 늘어났다.
한편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에 돌입하면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대미 투자 규모의 4%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까지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2나노 공정의 대형 고객사 확보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보조금 변수까지 겹칠 경우 투자 상황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테일러팹 공사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보조금 관련 변수로 인해 투자가 지연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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