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톺아보기2.7조 투자 부메랑, 석유화학 사업 후퇴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GS칼텍스도 여느 정유사들처럼 실적 변동성을 메우기 위해 석유화학 사업 확대를 추진해왔다. 오너 4세 허세홍 사장이 정유 비중 줄이기에 총대를 메고 조단위 투자를 이끌었다. 다만 지금까지 결과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올레핀 MFC(Mixed Feed Cracker) 사업은 석유화학 불황으로 올해 적자로 돌아왔다. GS칼텍스 모기업 격인 GS에너지가 지분을 투자한 롯데GS화학도 기대치에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GS칼텍스의 올해 1분기 석유화학 매출과 영업적자는 각각 2조2009억원, 526억원이다. 지난해 동기대비 매출은 11% 증가했으나 영업적자 규모가 40배로 증가했다. 정유사업의 변동성을 메울 것으로 기대했던 석유화학마저 부진에 빠져 전체 실적은 부진했다. 1분기 전체 GS칼텍스의 영업이익은 11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2% 줄었다. 석유화학의 경우 방향족(PX·벤젠 등)과 올레핀 계열 제품 모두 공급 과잉과 경제 둔화 우려로 스프레드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성적만 떼놓고 보면 석유화학 사업은 성공보다 실패 쪽으로 기운다. GS칼텍스가 석유화학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수익성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지난해 연간 1%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회사는 올해 1분기에도 1% 이익률을 기록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의 악재 속에 석유화학 사업으로 정유업 부진을 만회하기는커녕 실적 악화에 더 힘을 실어버린 셈이 됐다. 석유화학 부문 매출 비중은 2022년 기준 14.9%에서 올해 1분기 기준 19.8%로 상승한 것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위안거리다.
GS칼텍스는 2021년 석유화학 신규 공장설비인 MFC를 가동하며 올레핀 시장에 진출했다. 올레핀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불포화 탄화수소를 뜻한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 소재로 쓰이는 에틸렌은 올레핀 계열의 대표 제품으로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석유화학업체에 납사(나프타)를 공급하던 원료 공급상 역할에서 나아가 직접 화학소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에틸렌 90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생산 능력을 갖춘 설비로 에틸렌 생산능력 기준 국내 7위다.
MFC 프로젝트에는 3년 동안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1990년 아로마틱 생산시설 건설을 포함해 석유화학 사업부문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석유화학사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고 연간 40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녹록지 않다. 2023년 아로마틱 계열 석유화학 제품 마진 확대에 힘입어 2018~2019년 수준인 3000억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을 뿐 2022년, 2024년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800억원대에 머물렀다.
롯데GS화학의 실적도 시원치 않다. GS칼텍스의 모기업인 에너지 중간 지주사 GS에너지(지분율 49%)와 롯데케미칼(지분율 51%)의 합작사다. 롯데GS화학이 GS칼텍스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파는 구조다. MFC와 함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였다. 2019년 투자 협약 체결 당시 GS에너지 측은 합작사의 연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조원, 1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65억원, 337억원이다.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재계 관계자는 "MFC 투자에 나설 때만 해도 석유화학의 장기 호황이 대체적인 예측이었고 중국발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며 "2분기 이후에도 석유화학 흐름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단기적으로 전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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