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벤처캐피탈(VC) 인터베스트가 투자한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연내 상장이 차질 없이 추진되면 인터베스트는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해 최대 60배가 넘는 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10일 VC 업계에 따르면 인터베스트가 투자한 기업 '닷'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공모 예정 주식 수 149만3500주를 포함해 총 1403만9294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상장 이후 닷의 기업가치를 8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닷은 2023년 진행한 시리즈B 라운드에서 프리밸류를 135억원으로 책정했다. 직전 라운드에서 책정된 50억원의 프리밸류보다 2.5배 가량 높은 금액이다. 이로써 2014년 시드 단계부터 현재까지 닷의 누적 투자금액은 251억원에 달한다.
인터베스트도 2023년 13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라운드에 투자했다. 닷의 기업가치를 8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인터베스트는 투자원금 대비 60배에 달하는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인터베스트는 지난해에도 닷이 발행한 20억원 규모 우선주를 인수하면서 지분율을 확대했다. 현재 인터베스트는 '인터베스트그로쓰세컨더리펀드'를 통해 닷 지분 13.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닷에 투자하고 있는 기관투자자 가운데서도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닷에는 인터베스트를 비롯해 하나금융투자, 새한창업투자 등 18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전체 지분율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해 총 57.1%에 달한다. 최대주주인 김주윤·성기광 공동대표는 24.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닷은 2015년 설립한 시각장애인용 점자기기 개발기업이다. 전국 공공기관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요 제품으로는 닷 셀과 디지털 점자 안내판을 구현할 수 있는 닷 모듈 2.0, 닷 패드 등이 있다.
닷은 지난해 매출 131억원, 영업손실 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또 자산(233억원) 대비 부채(717억원)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술특례 요건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특례 상장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재무 요건을 완화하고 상장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제도다. 닷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 성장성을 인정받아 기술특례 제도로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2024년 예비유니콘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닷은 상장 준비 과정에서 투자자산 매각과 전환우선주 발행, 단기차입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했다. 그결과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58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채 465억원 역시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해당 부채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자본잠식이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인터베스트가 투자한 또 다른 기업인 노타도 연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달 2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노타는 지난해 시리즈C 라운드를 통해 300억원 투자를 유치했으며 누적 투자유치금이 570억원에 달한다. 공모예정 주식 291만6000주를 포함해 총 2116만1880주를 상장할 계획이다. 인터베스트는 인터베스트그로쓰세컨더리펀드를 통해 노타 지분 3.22%를 보유 중이다.
노타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독자적인 AI 모델 최적화 플랫폼인 넷츠프레소와 온디바이스 생성형 AI 솔루션 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2020년과 2022년에는 각각 독일 베를린과 미국 서니베일에 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엔비디아,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선도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속적인 기술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노타 역시 닷과 마찬가지로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술신용평가로부터 기술성평가 A등급을 획득했다.
인터베스트는 최근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수술용 의료기기 전문기업 리브스메드에도 투자했다. 인터베스트는 '인터베스트4차산업혁명투자조합'을 통해 리브스메드 총 31만1000주(지분 1.45%)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1%대로 낮지만 리브스메드의 상장 시점 기업가치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높은 회수 성과가 기대된다.
현재 인터베스트는 17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운용자산(AUM)은 1조2318억원에 달한다. 인터베스트는 IPO 추진에 강점을 보이는 VC다. 지난해에도 오름테라퓨틱, 온코크로스 등 인터베스트가 투자한 기업들이 증시에 입성하면서 회수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에는 온코크로스 지분 1.84%(21만6066주)를 장내매도해 약 34억원을 회수하기도 했다.
현행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 승인은 원칙적으로 예비심사 신청 후 45영업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예심 청구서를 지난달 말 접수한 만큼 심사가 지연되지 않고 진행될 경우 닷과 노타, 리브스메드 등의 연내 상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인터베스트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의 IPO를 성사시킨 경험이 많다"며 앞으로도 IPO 추진으로 역량을 쌓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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