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자사주 의무 소각 가능성↑...현대해상·DB손보 '긴장'
오너일가 지분 20%대, 자사주 비중 10%대…대주주 지배력 확보에 자사주 활용
이 기사는 2025년 06월 10일 08시 4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해상 자사주 제외 의결권 기준 지분구조.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상장회사의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보험사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코리안리의 경우 자사주가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는 만큼 제도가 도입되면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발언이나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 등에 비춰볼 때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자사주 관련 내용은 담기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감안할 때 후속 입법으로 추진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코스피 5000 시대 실현을 위해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며 "상장회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시장에서도 자사주 의무 소각 제도화를 향한 기대감을 꺾지 않고 있다. 대선 전후로 SK, 한화 등 자사주 비중이 높은 지주사 주가가 급등했는데 여기에는 제도 도입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자본시장업계는 보고 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투자 보고서를 통해 "상법 개정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정책 기대감이 촉발한 지주회사 급등 현상은 진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무분별한 추격 매수보다는 주력 사업 업황 등을 고려한 선별적 투자가 요구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사주의 매입과 소각은 상장회사의 대표적 주주환원 수단이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주환원 효과는 더욱 뚜렷해진다. 발행주식 총수가 줄어들면서 주식 1주의 가치가 높아진다.


다만 상장회사 입장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은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자사주는 상장회사의 유동성 자산 역할도 한다. 이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되면 시장 매각을 통한 현금 조달 기능이 사라진다. 또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등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DB손해보험 자사주 제외 의결권 기준 지분구조.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코리안리 등 상장 보험사가 긴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세 곳 보험사는 자사주의 대량 보유를 통해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데 자사주 의무 소각이 제도화하면 지배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는 점 등에서 세 곳 보험사는 자사주를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해상과 DB손보는 2020년대 이후로, 코리안리는 2010년대부터 자사주를 적극 사들였지만 소각은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해상과 DB손보, 코리안리의 오너일가 지분율은 모두 20%대로 다른 오너 보험사 대비 낮은 편이다. 삼성생명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45.29%에 이르고 한화생명도 한화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가 지분 43.2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최대주주 정몽윤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22.85%다. DB손보는 김남호 DB그룹 회장(9.01%)을 포함한 특수관계자가 지분 23.25%를 들고 있다. 코리안리는 20.33%다. 자사주 비중은 현대해상 12.3%, DB손보 15.19%, 코리안리 9.3% 등이다.


자사주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오너일가 지배력을 보완해 준다. 우선 자사주는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의 보유 자사주가 늘어날수록 대주주의 의결권도 강화된다.


예컨대 현대해상의 지난해 말 기준 지분 구조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22.85%, 국민연금공단 7.4%, 소액주주 53.4%, 자사주 12.3%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비율로 지배력을 계산하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26.05%, 국민연금공단 8.39%, 소액주주 60.9% 등으로 높아진다.


DB손보도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김남호 회장 9.01%,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5.94%,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3.15% 등이지만 자사주(15.19%)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 지배력은 각각 10.62%, 7.01%, 3.71% 등으로 높아진다.


자사주는 필요할 경우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대주주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코리안리는 앞서 2007년 지배구조 안정화를 위해 신영증권과 자사주를 맞교환한 바 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이 제도화하면 자사주 활용 범위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해상, DB손보, 코리안리 등도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온 만큼 향후 경영권 방어를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4일 발표한 '제21대 대통령 선거: 그 결과와 영향' 보고서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 및 우호세력에 대한 주식 처분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자사주 활용도가 높은 상장회사는 향후 자사주 소각 의무가 제도화되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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