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유니테스트가 SK하이닉스의 HBM4용 번인테스터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SK하이닉스로부터 퀄 테스트 단계 중 하나인 장비 성능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양산 평가까지 마무리되면 처음으로 HBM 공급망에 편입돼 매출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번인테스터는 칩이 극한의 온도와 전압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장비로, 불량 웨이퍼를 초기에 검출하는 역할을 한다. 앞서 유니테스트가 SK하이닉스의 HBM3E 장비 공급망에는 들어가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HBM4에서는 공급망 진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유니테스트가 최근 SK하이닉스로부터 HBM4용 웨이퍼 번인테스터 성능 평가를 통과했다"며 "현재 성능 평가는 유니테스트, 디아이, 와이씨 간 3자 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유니테스트가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통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테스트는 지난 2월 SK하이닉스에 번인테스터 데모 장비를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 장비 평가는 장비 자체의 성능을 검증하는 '성능 평가'와 실제 생산 과정에서 효율성을 확인하는 '양산 평가'로 나뉜다. 아직 양산 평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웨이퍼 기반 성능 평가만 통과해도 유의미한 진척이 있었다고 본다.
이 회사는 앞서 SK하이닉스로부터 DDR5용 번인테스터 퀄 테스트를 통과한 이력이 있어, HBM4 공급망 진입에 있어서도 기술적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평가다. 앞선 관계자는 "HBM용 번인테스터는 DDR5용 장비를 단순 변형해 만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들었다"며 "다만 DDR5용 장비를 기본 골격으로 삼는 만큼 기술적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양산 평가까지 끝난 퀄 테스트 최종 결과는 오는 8월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을 공급, 현재 하반기 양산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따라 HBM4 생산에 투입될 테스트 장비 업체 선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8월이 사실상 벤더 선정 마감 기한이기 때문에 그 전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HBM 관련 매출이 전무했던 유니테스트가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망에 포함될 경우, 당장 연말 혹은 내년부터 매출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HBM용 번인테스터는 기존 D램용 장비에 비해 단가가 2~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내년 SK하이닉스의 번인테스터 발주량은 올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의 HBM 테스트는 그동안 일본 어드반테스트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HBM이 4단→8단→12단→16단으로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적층 단수가 증가해왔고, 테스트해야 할 영역도 늘어났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벤더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인 것이다. 실제로 올해부터는 HBM3E를 기점으로 디아이가 HBM 공급망에 새로 진입한 바 있다. 내년에는 HBM3E에서 HBM4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벤더를 추가 확보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내년 고객사의 투자 계획은 300~400대로 파악되는 바, 약 180~280대의 장비를 국산 벤더가 함께 납품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투자 규모가 최대치로 확정되고, 최종 선정된 벤더가 두 곳으로 좁혀진다고 가정할 때 유니테스트는 최대 140대 수준의 장비를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업계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통상 감가상각 주기에 따라 약 5년마다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HBM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테스터를 새로 교체해야 해 교체 주기가 더 짧아질 수 있다"며 "특히 HBM4용 테스터는 HBM3E보다 기술 요구 수준이 높아진 만큼 단가도 그에 맞춰 올라갈 수밖에 없다. 향후 기업 간 협의를 거쳐 최종 인상폭이 얼마로 조율될 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유니테스트는 올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매출은 223억원으로 전년 동기(90억원)보다 148.58% 늘었고, 영업손실은 79억원에서 39억원으로 줄었다.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 가운데 컴포넌트 테스터·고속 번인장비·SSD테스터·융복합테스터 부문을 중심으로 수주가 확대된 덕분이다. 같은 기간 해당 부문 매출은 33억원에서 185억원으로 459.5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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