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마이크론, 올해 더 돈독…해외 비중 66%
ASMPT, 성능 낮아 '듀얼 벤더' 진입 시점 늦춰질 듯
이 기사는 2025년 06월 0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신제품 'TC 본더 4'. (제공=한미반도체)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한미반도체와 마이크론 간 협력 관계가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다. 올해 마이크론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반도체 역시 관련 장비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매출 내 고객사 비중은 2025년 기준 SK하이닉스 40%, 해외업체 60%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2026년에는 해외업체 비중이 66%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돼 SK하이닉스의 멀티 벤더 전략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올해 예상 매출은 8332억원으로 전년(5589억원)보다 49.07%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약 70%가량이 TC본더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납품이 이뤄지고 있는 마이크론의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은 올해 한미반도체에 지난해의 두 배 규모로 TC본더를 발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 HBM3E 12단 생산 라인에 사실상 '솔벤더'로 들어가 있는데, 올해가 마이크론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이 급증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반도체의 핵심 고객사인 SK하이닉스는 장비 설치 공간에 제약이 있고, 한화세미텍과의 '듀얼벤더' 기조를 취하고 있어 수주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며 "삼성전자 역시 최근 예비 공급망 리스트에 한미반도체를 제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의 HBM 캐파(생산능력)는 지난해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월 27K(2만7000장)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70K(7만장)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라인 확충에 속도를 내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지난해 8월 대만 디스플레이 제조사 AUO의 공장 두 곳을 약 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들 공장의 전체 생산 규모는 약 100K(10만장)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해당 공장이 내년부터 HBM 후공정 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공격적 투자 효과를 한미반도체가 온전히 누리면서 매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미반도체는 현재 마이크론 HBM3E 12단 생산 라인에 사실상 솔벤더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이 최근 후공정 장비 업체 리스트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사용했던 일본 신카와의 TC본더 대신 한미반도체를 선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카와는 마이크론의 HBM2 시리즈와 HBM3E 8단까지는 장비를 공급했지만, 최근 12단으로 넘어가면서부터 한미반도체의 TC본더만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카와 장비는 최근 성능 문제가 있어 대체하게 된 것"이라며 "또 HBM3E 8단 제품 가격이 12단보다 약 30% 저렴한데, 12단 장비로도 8단 제품 생산이 가능하니 굳이 8단 장비만 별도로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카와는 최근 삼성전자에서도 성능 문제로 TC본더 핵심 벤더 지위를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세메스와 신카와가 함께 삼성전자에 NCF 방식의 TC본더를 공급해왔지만, HBM 적층 단수가 4단에서 16단까지 고도화되면서 기술력이 부족한 신카와 장비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TC본더를 사용하는 주요 고객사들 사이에서 벤더 교체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마이크론이 지난달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퀄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예상 발주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미반도체가 마이크론으로부터 첫 수주를 받은 시점은 지난해 4월로, 이후 마이크론은 한정된 캐파를 수익성이 높은 12단 제품 위주로 운용하며 관련 장비 수주를 확대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에만 30대가 넘는 TC본더를 한미반도체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격은 SK하이닉스보다 약 30~4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협력 강화는 한미반도체의 사업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미반도체 대만 법인의 매출은 전년(47억원)보다 120.35% 늘어난 10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30억원이었던 당기순손실도 흑자 전환해 3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성장세가 이어져, 매출은 전년 동기(9억6000만원) 대비 732.44% 늘어난 80억원을 달성했다.


해당 법인 매출에는 마이크론뿐 아니라 ASE 등 대만 현지 OSAT 업체들과의 거래와 사후관리(AS) 수익도 함께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실적 개선의 주된 배경으로는 마이크론의 대만 생산 팹을 중심으로 TC본더 수주가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대만에 적을 두고 있는 고객사와 거래가 발생할 시 인천 본사에서 장비를 제작해 직접 납품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는 해외법인을 '커미션제'로 운영하고 있다. 해외법인 직원들이 특정 기업과의 영업에 성공해 매출이 발생하면, 본사가 해당 금액의 일정 비율을 커미션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라며 "대만법인의 매출이 소액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고객사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매출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해외 매출도 점차 늘어나 국내 고객사의 밴더 다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한미반도체는 마이크론의 HBM3E 12단 퀄테스트를 통과한 유일한 장비 업체로 해외 매출 점유율 확대에서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최종적인 목표는 장비사 완전 대체가 아닌 다변화인만큼 시장 우려 대비 한미반도체의 점유율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의 관심은 SK하이닉스 총유효시장(TAM) 내 점유율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2026년 해외업체향 총유효시장이 더 커짐에 따라 해외 고객사들 내 점유율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마이크론이 ASMPT를 한미반도체에 이은 신규 벤더로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ASMPT의 TC본더 성능이 아직 눈높이 만큼 올라오지 않아, 실제 벤더로 추가되더라도 시점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ASMPT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성능 테스트에서도 점수가 미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현재 ASMPT 장비에 대한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성능은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 ASMPT의 주요 생산 거점이 중국에 있다는 점도 부담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ASMPT는 로직 다이 부착에 강점을 가진 기업으로 정확도는 높지만 속도가 느리다"며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서는 속도가 매우 중요해 제약이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협력사와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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