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방태식 기자] 유바이오로직스가 보툴리눔 시장 진출을 사실상 포기했다. 톡신 공동연구를 진행하던 에이티지씨와 해외 판권 문제로 계약을 해지한 여파로 풀이된다. 이후 자체적으로도 톡신사업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매출 다각화를 위해 추진했던 보툴리눔 대신 기존 주력사업인 백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튼 것으로 관측 중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2분기부터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미영위 사업으로 명시했다. 톡신 사업을 정관의 사업 목적에 추가한 지 4년 만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앞서 2019년 매출 다각화를 목표로 보툴리눔 톡신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주력인 콜레라 백신 사업이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면서 매출 다각화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유바이오로직스의 톡신 사업은 에이티지씨와의 공동연구 및 해외 판권 계약 하에 진행됐다. 회사는 에이티지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21억원(지분율 약 3%)을 출자했다. 이 과정에서 유바이오로직스는 톡신에 대한 국내 비독점 판권과 동남아 및 중남미 일부 국가의 해외 판권을 획득했다.
양사는 빠르게 톡신 개발을 착수했고 2년 만에 보툴리눔 톡신 '유비톡스주(ATGC-100)'의 국내 3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이듬해인 2023년 식약처에 국내 품목허가도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유바이오로직스가 톡신 제품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유바이오로직스가 유비톡스주 국내 품목허가 신청을 돌연 취하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는 에이티지씨 측이 유바이오로직스에 공동연구 계약 해지를 요청하면서 톡신 사업 진출이 전면 중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당시 ATGC-100의 해외 판권 문제로 이견이 있었다. 에이티지씨는 해외 판권을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해외 진출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부 비독점 해외 판권을 보유하고 있던 유바이오로직스에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해외 판권이 일부 국가에 그친다는 점에서 톡신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며 "향후 톡신 사업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백신 개발에 집중하자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가 주력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장티푸스 백신과 수막구균 백신이다. 장티푸스 백신은 현재 식약처 승인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막구균 백신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2상과 3상이 진행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이 두 백신으로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면 매출 다각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티푸스 백신만 공공조달 시장에서 약 800억원 안팎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또 수막구균 백신의 경우 시장 규모가 1400억원에 달하지만 경쟁사가 한 곳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올해 1분기에 391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콜레라 백신처럼 공공조달 시장을 선점해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외에 유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CAPA) 증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제2공장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전적격성 평가(PQ)를 추가 승인 받았다고 2일 발표했다. 2공장은 올해 4분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유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공장은 지난 2월 식약처로부터 경구용 콜레라 백신 '유비콜-에스'의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제조소 승인을 획득했다"며 "생산성 높은 유비콜-에스가 메인 제품이 되면 CAPA가 약 9000만회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