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뷰티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국내 오프라인 직영점 사업을 전면 철수하고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전통적인 로드숍 모델을 접고 온라인 중심 구조로 재편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보유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투자 회수 전략에 발맞춘 조치로 해석된다.
신유정 에이블씨엔씨 대표는 지난달 30일 전사 메일을 통해 "국내 직영 및 직대행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폐점 대상은 자사 운영 매장 전부로 가맹점은 제외된다.
신 대표는 "국내 유통 환경이 멀티 브랜드 중심 H&B 채널로 재편된 데 따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채널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직영 매장을 철수하는 것은 사실상 에이블씨엔씨의 오프라인 사업 전면 철수를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약 20%가 직영 채널에서 발생했으며 가맹점 비중은 3% 내외에 그쳤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온라인 유통 채널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예고했다. 다양한 플랫폼에 분산돼 있는 브랜드 운영 구조를 재정비해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더불어 미샤와 어퓨 등 주요 브랜드에만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작년 하반기 철수한 라포티셀에 이어 스틸라 한국 사업도 철수할 계획이며 초공진과 셀라피는 사업 방향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대규모 투자는 잠정 보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사 차원의 구조조정도 실시된다. 신 대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근본적인 조직 재설계를 준비 중"이라며 "6월 중순에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강도 높은 인적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IMM PE의 엑시트 준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IMM PE는 지난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했다. 당시 최대주주로부터 구주 지분 25.54%를 1882억원에 매입한 데 이어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총 3039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에이블씨엔씨 지분 61.52%를 확보했다.
미샤, 어퓨 등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투자였지만 인수 이후 오프라인 로드숍 시장의 침체와 함께 2017년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한한령 여파,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며 실적 부진이 장기화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실제 2018년 190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2019년 일시적으로 흑자를 냈지만 2020년부터 2021년까지 다시 적자가 이어졌다. 2022년부터는 해외 시장 확대에 힘입어 흑자 기조를 회복했고 2023년 114억원, 2024년 19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매출 비중은 2019년 25%에서 2024년 56%까지 확대됐고 전체 매출은 ▲2022년 2479억원 ▲2023년 2736억원 ▲2024년 264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해외에서 수익성을 일부 회복했지만 IMM은 여전히 엑시트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22년에는 인수 당시 대비 시가총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인수금융 만기 도래로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IMM은 2023년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고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에 대한 원매자와의 이견으로 매각이 불발됐다. 최근에는 실적 개선과 K-뷰티 시장의 호황 등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자 매각 추진 의향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중장기 성장 전략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IMM이 한 차례 매각 실패 후 재무구조 슬림화를 통해 재매각 또는 분할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업재편과 구조조정도 본격적인 투자 회수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무게를 얻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블씨엔씨가 실적 반등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IMM이 사업 구조를 정비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향후 재매각을 염두에 둔 사전 정비작업일 가능성이 크다"며 "분할 매각이나 전략적 투자 유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급변하는 뷰티시장 환경과 디지털 중심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국내 직영 매장의 단계적 축소와 일부 브랜드 운영 철수, 조직구조 개편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넘어 핵심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중심 유통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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