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OK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저축은행업권 자산 순위 1위에 올랐다. 12년 만에 1위가 교체되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당국이 부동산PF 관련해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OK저축은행에 대한 '군기잡기'도 감지된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자산은 올해 1분기말 기준 13조66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업권에서 가장 큰 자산 규모다. 지난해 말 자산 순위 1위였던 SBI저축은행은 13조4074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SBI저축은행 출범 이후 12년 만에 자산 순위 1위가 교체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OK저축은행이 경쟁 저축은행과 달리 자산 규모를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OK저축은행의 자산은 전년동기대비 0.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저축은행업권의 전체 자산은 3.3% 감소했다. 특히 SBI저축은행의 자산은 4.4% 줄었다.
저축은행업권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산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들은 올해 들어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실자산(NPL, 고정이하여신)을 정리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부동산PF와 브릿지론 등을 중심으로 익스포저가 큰 저축은행은 적극적으로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를 줄이는 추세다.

이 때문에 OK저축은행의 자산 증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액은 2조8017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은 9.08%로 전년동기대비 0.21%포인트 상승했다. NPL비율도 0.37%포인트 오른 9.85%로 집계됐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의 부동산 신용공여 비중은 같은 기간 ▲SBI저축은행 13.1% ▲페퍼저축은행 15.5% ▲에큐온저축은행 14.4% 등을 나타났다. 특히 연체율은 SBI저축은행 4.61%, 에큐온저축은행 5.72% 등으로 업권 평균(9.00%) 보다 낮은 수준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0.78%에 달하지만 전년동기대비 .62%포인트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OK저축은행은 부동산PF 관련 대출 비중과 연체율이 높지만 이들 자산의 87%가량이 선순위 채권인 만큼 상매각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부동산 신용공여가 브릿지론이 아닌 본PF 단계이며, 선순위 채권 비중이 높아 충분히 회수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회수 가능한 채권을 무리하게 매각하며 손실을 볼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이 같은 OK저축은행의 기조가 금융당국과 자칫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건전성 관리에 적극 나서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OK저축은행이 자산 순위 1위에 오른 만큼 금융당국도 업계 모범사례를 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18일부터 부동산PF 관련 부실 사업장 정리를 미루거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10곳의 저축은행의 실사에 나서면서 첫 타자로 OK저축은행을 지목했다. OK저축은행이 부실자산 정리를 더디게 진행하면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지난달 20일 금감원이 개최한 저축은행 워크숍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비공개 간담회가 취소된 점도 이목을 끈다. 금융당국은 모범사례로 SBI저축은행의 연체율 관리를 제시하고, OK저축은행의 상황을 대조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간담회가 건전성 관리를 주제로 했던 만큼 PF대출 비중이 높아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OK저축은행을 부정적 사례로 지목하려는 금감원의 의도가 있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당일에 이르러 자산 포트폴리오가 다른 두 저축은행을 비교하는 사례분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감원은 간담회를 취소하고 공개 세션으로 변경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이번 OK저축은행 실사에 당국 인원 19명이 투입됐는데, 이는 통상 저축은행 4곳정도 실사할수 있는 인원"이라며 "이번 실사에서 평소 보지 않는 지표까지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년 만에 업계 1위가 교체된 만큼 OK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 업권 전체의 군기잡기 효과를 노리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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