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의 1년 반KB뱅크, 조용한 반등…꾸준히 힘싣는 해외사업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른 시일 안에 부끄럽지 않은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으로 만들겠다."
2023년 9월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된 뒤 첫 출근길에서 양종희 회장이 한 말이다. 당시 양 회장은 취임 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신용리스크 관리와 함께 KB뱅크 정상화를 꼽았다.
KB뱅크가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회계 기준 흑자를 기록하면서 해외사업 성과에 대한 양 회장의 부담도 다소 덜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외사업 강화는 KB금융의 필수 과제로도 꼽히는 만큼 남은 임기 내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KB뱅크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KB뱅크는 올해 1분기 순이익 3420억루피아(약 289억원)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흑자는 2020년 말 국민은행이 인수한 뒤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 5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다.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는 판매관리비 절감과 부실여신 축소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감소 등이 꼽힌다. 당초 국민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중장기적 수익 기반으로 삼기 위해 KB뱅크를 인수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1분기 기분 좋은 출발을 하면서 국민은행의 목표 달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국민은행은 올해 KB뱅크의 연간 기준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4월 전산시스템 전환을 마친 데 이어 최근 KB뱅크 행장에 현지 출신 금융 전문가도 선임하며 정상화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약속했던 KB뱅크 정상화가 차츰 가시화하고 있지만 양 회장은 해외사업에서 갈증이 여전할 전망이다. 해외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지만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어서다.
양 회장은 취임 이후 숫자로 해외사업 목표를 공언한 적이 없다. 하지만 KB금융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가려면 해외사업 수익 비중을 지금보다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기업설명회(IR)에서 양 회장은 "일본 은행들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그렇게 높지도 않고 금리도 저금리인데도 높은 이익을 내는 이유는 글로벌 비중이 30~40% 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그런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KB금융에 따르면 2024년 해외사업(KB뱅크 제외) 순이익은 2억5160만 달러(약 3460억원)로 전체 순이익에서 6.8% 비중을 차지한다. KB뱅크가 지난해 국내 회계 기준으로 3000억원 이상 순손실을 낸 만큼 실제 비중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양 회장은 해외사업 확대에 있어 조급함을 경계하고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구조적으로 성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수익이 안정화되기까지도 절대적인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B금융은 KB뱅크 정상화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무조건 목표를 크게 잡기보다 '실현할 수 있는 수익을 먼저 만들자'는 내용의 현실적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은 동남아, 선진국, 신대륙 등 시장에서 맞춤형 전략을 적용한다는 '3X3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진출 방식 차원에서는 인수합병(M&A), 현지 기업과 제휴 등을 중점 추진했던 이전과 달리 지분투자(FI)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양 회장이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힘을 싣고 있는 분야다. KB금융 조직도만 봐도 알 수 있다. 가장 앞단에 '글로벌'을 배치했다. 양 회장은 2023년 말 취임 뒤 첫 조직개편에서 글로벌을 단독 부문으로 격상하고 지난해 말에는 이재근 전 국민은행장에게 지주 글로벌 부문장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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