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중부컨트리클럽(CC) 매각이 구체화되면서 애경그룹의 애경산업 유동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장 관측이 나온다. 앞서 애경그룹은 재무적부담 증가로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중부CC와 함께 모태사업인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해왔다. 최근 더시에나그룹이 중부CC의 새 주인으로 좁혀지면서 애경그룹도 애경산업 매각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애경케미칼은 종속회사 애경중부컨트리클럽이 운영 중인 중부CC사업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시에나(더시에나그룹)'를 선정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이를 위해 양사는 영업양수도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애경컨트리클럽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위치한 18홀 회원제 골프장 중부CC를 운영하는 업체로 작년 139억원의 매출과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토지와 페어웨이, 건물 등 유형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674억원 수준이다.
매각 대상인 중부CC는 우수한 입지로 골퍼들의 선호도가 높아 애경그룹의 알짜 부동산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애경그룹은 외부기관에 자산유동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 결과 중부CC를 우선 매각자산으로 정했다. 특히 이번 매각 대상에는 골프장 인근 관광휴양지(4만2000평)와 애경자산관리 소유의 유휴부지(19만6000평)도 포함됐다. 이번 매각 주관은 삼정KPMG가 맡았고 더시에나그룹의 매입 가격은 홀당 110억원 수준인 약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더시에나그룹은 제주에 5성급 토스카나호텔과 더시에나리조트를 운영하는 업체다. 신동휴 회장을 중심으로 더시에나홀딩스와 시에나컨트리클럽, 시에나, 토스카나 등 다수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4개 법인의 작년 매출 합은 314억원 수준이다. 특히 이 그룹은 최근 경기 여주에 위치한 18홀 골프장 세라지오GC를 인수하기도 했다.
애경그룹이 중부CC를 매각하는 이유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그룹의 핵심계열사 애경케미칼과 제주항공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환율상승에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 부진과 현금흐름 악화를 겪고 있다. 이에 그룹은 그동안 지주사인 AK홀딩스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차입금을 조달해 계열사들을 지원했다. 다만 AK홀딩스 역시 지난해 말 순차입부채가 2조1390억원, 순부채비율이 171.8%까지 상승하는 등 재무적 부담이 급증하자 결국 자산유동화에 나섰다.
애경그룹은 현재 중부CC는 물론 그룹 모태사업인 애경산업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성장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애경그룹 측은 국내에서 뷰티 제품의 연구개발(R&D)과 제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6000억원 이상의 매각가를 원하고 있다. 실제 자본시장에서도 애경산업의 글로벌 진출 가능성 높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곧 애경산업의 유동화 작업에도 속도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부CC의 딜이 클로징 단계에 접어들면서 애경그룹 입장에서도 애경산업의 매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간 다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화장품 사업 진출을 노리는 전략적투자자들이 애경산업 인수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애경그룹이 중부CC 매각을 우선순위로 잡으며 애경산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협상안은 도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장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중부CC에 대한 매각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애경산업의 유동화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며 "사모펀드 등 다수의 원매자들이 애경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 적정 매각가만 도출해내면 빠르게 딜이 진행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화장품의 R&D와 제조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업체"라며 "애경그룹에서 6000억원 수준의 매각가를 원하고 있지만 경쟁이 붙는다면 그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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