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건혁 기자]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하나은행이 올들어 기업 여신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경기둔화 우려 여파로 기업 여신을 축소하거나 증가폭 감소에 나선 다른 시중은행들과 상반된 행보다. 대기업 중심의 우량자산 위주로 대출을 확대해 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업 여신은 213조6465억원으로 작년 말 212조4399억원 대비 1조2066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기업 여신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3분기 만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기업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업 여신은 226조523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조1317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기업 여신은 2조6436억원 감소한 185조9605억원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업 여신 규모가 5099억원 증가햇지만 예전과 비교해 증가폭은 축소됐다.
다른 시중은행이 기업 여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글로벌 변동성 확대, 계엄 사태로 인한 국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확대로 인한 건전성 부담이 높아지면서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기업 여신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중심의 기업 여신 확대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기업 여신에 집중하면서 건전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대기업 대출잔액은 전년말 대비 8350억원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52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업 여신 연체율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폭을 보였다. 하나은행의 1분기 기업 연체율은 0.36%으로 전년말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의 기업 여신 연체율은 각각 0.08%포인트, 0.10%포인트, 0.11%포인트씩 올랐다.
하나은행은 이같은 우량기업 대출 자산 성장과 함께 기업 복합거래 심화, 소호사업 확장을 통한 전반적인 기업금융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건전성 역시 앞서 조직한 '연체율관리 TFT'·'리스크관리 TFT' 등을 통해 선제적 관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올해 세운 리딩뱅크 탈환 목표도 이같은 기업금융 중심 수익성 강화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앞서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가 지난해 신한은행에게 자리를 내줬다. 올해부터 하나은행을 이끌게 된 이호성 행장 역시 취임 이후 영업통 출신 임원을 전진배치하며 기업금융 강화 방침을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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