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지동전주 전락…아쉬운 통합 시너지
해성그룹이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그룹사 출범을 선포한 지 올해로 11년차를 맞았다. 해성그룹은 '현금왕'이라 불렸던 故 단사천 명예회장이 1937년 창립한 일만상회에서 시작해 어느덧 총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해성산업을 지주사로 두고 한국제지·한국팩키지·계양전기·해성디에스를 사업회사로 거느리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며 또 한번 변화의 전기를 다졌다. 딜사이트는 앞으로 그룹 성장을 이끌어나갈 핵심 계열사들의 현 주소를 점검해보며 해성그룹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해성그룹 제지 부문 계열사 한국제지가 주식시장에서 동전주로 추락하며 고전하고 있다. 제지업이 침체기에 놓인 데다 통합법인 출범으로 기대됐던 시너지 효과마저 미미한 탓에 기업가치 제고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한국제지 1주당 주가는 8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보다 25% 감소한 수치다. 한국제지 주가는 지난 1월부터 700~8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제지 주가는 2023년 8월 합병 출범 이래 주가 1000원선을 유지하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동전주로 전락했다. 합병 직후 1300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주가는 700원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800원선에서 정체돼 있다. 앞서 한국제지는 백판지 제조 전문기업이었던 세하가 해성산업 제지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한국제지를 흡수합병해 통합법인 형태로 새롭게 출범했다.
한국제지 주가 반등을 가로막는 주 원인으로는 제지업 불황이 지목된다. 전자기기 대중화 및 경기 침체로 산업·인쇄용지 수요가 꺾인 것은 물론 원자재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까지 겹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제지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한솔제지 주가(8560원)도 1년 전보다 23% 빠진 상태다. 업계 2위인 무림페이퍼 주가(2115원)의 경우 3% 하락한 흐름을 띄고 있다.
한국제지가 경영자원 통합 등 합병 시너지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를 꾀했지만 수익성 면에서 예상만큼 성과가 따라와 주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해 한국제지 당기순이익은 41억원으로 합병 이전인 2022년 대비 70% 줄어든 수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193억원)도 10% 감소한 흐름을 띄었다. 영업외손실(142억원)이 2년 새 3배 늘어나는 등 비용 부담이 가중된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제지에는 백판지 부문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져 있다. 화장품·약품 등의 포장지를 제조하는 판지 부문은 2024년 연간 기준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은 16억원에 달했다. 한국제지 사업부문은 크게 ▲인쇄 ▲판지 ▲지류유통 3개 부문으로 나뉜다.
한국제지 수익 구조는 인쇄 부문이 전적으로 지탱한다. 지난해 판지 부문이 대규모 손실을 내는 사이 인쇄사업부는 3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293억원)을 내며 수익성을 떠받쳤다. 2024년 한국제지 전체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수익 지표가 제자리걸음하면서 주가 부양을 위한 주주환원 여력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한국제지 미처분이익잉여금은 7억원에 그쳤다. 한국제지 배당성향을 20%로 가정했을 때 배당 재원으로 8억원이 필요한데 이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상여 혹은 배당금 지급 등으로 처분하지 않고 남겨둔 누적 이익을 가리킨다.
합병 첫 해인 2023년에는 미처분이익잉여금(–635억원)이 마이너스로 배당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시 한국제지는 자산 가치 평가 과정에서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만 927억원을 반영하는 등 영업외손실을 대거 인식했다. 이로 인해 2023년 한 해에만 666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국제지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당기순이익을 실현했지만 상법이 규정하는 배당 가능 이익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향후 순익이 배당 가능 이익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이익을 실현하게 된다면 배당은 당연히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합병 시너지 측면에서는 아직 백판지 부문 영업이익이 소폭이지만 적자를 내고 있다"라면서 "인쇄와 판지 양 사업 부문에 집중해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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