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일관된 재무 전략 영향, 경영 안정성 '눈길'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전병구 현대카드 사장은 최고재무관리자(CFO)로서 2013년부터 현대카드의 살림을 책임져온 인물이다.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재무전략을 펼치면서 현대카드 경영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현대카드는 2021년 현대캐피탈과 분리된 이후 다양한 사업 및 마케팅 전략을 바탕으로 탄탄한 순이익 호조를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전 사장은 재무전문가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단순 외형 확대가 아닌 금융비용 절감 등 효율화를 병행하며 내실을 챙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카드는 올해 들어 실적이 주춤한 상태다. 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른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에 더해 카드론 등 연체율 관리에 취약한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현대카드의 재무 맡아 위기 극복에 조력…올해 1분기 수익성·건전성 악화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병구 현대카드 경영관리부문 대표(사장)은 정태영 부회장에 이어 직위상 현대카드 내 2인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정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김덕환 대표의 직위는 부사장이다. 물론 김 대표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전 사장은 미등기 이사라는 차이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전 사장에 대해 오랜 기간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재무전문가로 현대카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주요 자본시장 위기를 안정적으로 극복하는 데 공헌했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현대카드의 실적 흐름을 보면 다소 아쉬운 성과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평가는 현대카드의 성과측정지표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임원에 대한 주요 성과측정지표로 담당 조직의 MBOD(Manaqement by Obiectives by Division) 평가결과를 활용하고 있다. MBOD란 수익성, 건전성, 유동성을 모두 포괄한다. 조직의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 및 방향성도 복합적으로 함께 고려한 성과측정 방식이다.
MBOD에 반영되는 수익성 지표로는 순이익,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쓰인다. 건전성 지표로는 연체율, 자본적정성 지표는 조정자기자본비율 등이 활용된다. 유동성 지표로는 유동성비율, 유동성커버리지 등이 포함된다.
전 사장의 경우 경영관리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지표와 건전성 지표, 유동성 지표 등이 두루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 줄었다. 충당금 전입액이 16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1% 증가한 영향이 주효했다. 충당금 부담과 함게 이자비용(1908억원)과 카드비용(2548억원)이 각각 12.2%, 3.8% 증가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또다른 수익성 지표인 ROA는 순이익 감소에도 소폭 상승했다. 올해 1분기 1.83%로 전년동기(1.39%) 보다 0.44%포인트 올랐다. 이는 현대카드의 경우 ROA를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어서다. 이에 수익성 지표에 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실적이 반영되지 않는다.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 통상 0%대에서 1%대 초반으로 관리됐던 연체율이 올해 1분기에는 1.21%로 전년동기대비 0.17%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NPL비율 역시 0.84%로 0.14%포인트 오른 상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됐던 ROA와 ROE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2.39%였던 ROA는 지난해 1.8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ROE도 14.08%에서 11.02%로 하락했다.
◆코로나19發 수익성 저하 극복…조달비용 관리 '눈길'
전 사장은 이 같은 성과측정지표를 통한 평가를 넘어 현대카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CFO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현대카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대카드는 현대캐피탈과 분리 이후 2022년부터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확대와 애플페이 도입, 슈퍼콘서트 등 문화 마케팅 등 다양한 전략을 기반으로 수익성 확대에 집중했다.
카드사의 독립과 코로나19가 겹치며 ROA가 0%대로 급감하기도 했으나 꾸준한 순이익 회복세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회복했다. 현대카드 순이익은 ▲2022년 2540억원 ▲2023년 2651억원 ▲2024년 3164억원으로 2년 연속 우상향 중이다.
이같은 실적 회복에는 전 사장의 금리인상기 비용절감 노력이 있었다. 2023년 전체 조달액을 16조8234억원으로 전년대비 7.7%(1조4079억원) 줄여 보수적인 영업기조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이자비용과 카드비용이 전년보다 각각 40.2%, 14.4% 증가하며 비용 부담이 커졌지만 전체 카드수익을 25.1% 불리면서 전체 순이익이 회복을 이뤘다.
이어 금리가 안정권에 접어들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전체 조달액을 다시 20조1452억원으로 키웠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를 중심으로 규모를 늘렸고, 단기조달비중은 2022년 4.53%에서 작년말 3.18%로 낮췄다. 늘어난 영업자산을 기반으로 카드수익과 이자수익이 각각 전년보다 7.5%, 20.2%씩 성장하면서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다만 전 사장은 향후 경영관리부문 대표로써 건전성 관리 등에 힘써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대카드의 건전성 악화는 금융당국 눈밖에 든 상태인 탓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현대카드 정기검사 결과를 통해 카드론 건전성 모니터링과 한도관리 강화를 통보했다. 당국은 경영유의사항은 8건, 개선사항 15건을 내렸다. 현대카드는 금감원의 경영개선 요구에는 3개월 내, 경영유의 권고에는 6개월 이내에 조치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시장경기 악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했으나 타사 대비 연체율을 낮게 유지하는 등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으로 관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외형 성장 및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우량 회원 위주의 성장, 건전성 중심의 경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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