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저마다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위믹스 상장 폐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는 만큼 가상자산 투자자와 사업자를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에 각 캠프가 내놓는 해결책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 주도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구축해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핵심은 대통령실 직속의 가상자산위원회를 설치해 공정한 상장 및 공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 감독시스템을 구축해 시장 안정화도 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인하로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도 들어가 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통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증권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규제 해소를 통한 가상자산 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김 후보는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을 제정해 가상자산을 금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4월 "정부가 자금세탁 방지 등을 이유로 규제 일변도 기조를 유지해 국내 자본이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며 규제 철폐를 통한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1거래소 1은행 체제를 폐기해 한 거래소가 여러 은행과의 동시 제휴를 허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1개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을 수 있는데 이를 폐지해 거래소 선택권과 경쟁을 확대하고 투자자 편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 후보는 이외에도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을 포함한 '중산층 자산 증식 프로젝트'를 공략으로 내세웠다. 정부기관들이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준석 후보는 '한국가상자산거래소' 설치, 파생상품 규제 혁파 등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금융감독원 산하에 가상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독립기구를 설립해 체계적인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것 외에는 자유롭게 사업모델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지다.

대선 공약으로 가상자산 시장 인프라가 구축될 조짐이 보이자 업계는 이를 반가워하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을 위해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감하나 잘못된 정책으로 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어서다.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 인하가 대표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독과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또한 주식거래소와 달리 24시간 운영돼 보안, 시스템 등에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제도권 밖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는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모든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수수료가 인하되면 중·소 거래소는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력이 탄탄한 대형 거래소 점유율만 늘어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관심을 가져주니 감사하면서도 거래소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 드는 건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복수 은행 제휴 허용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점유율이 높은 대형 거래소하고만 거래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복수 은행제가 시행될 경우 은행과 투자자들은 점유율이 높은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거래소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소 독과점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상장 심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블록체인 업계는 규제 미비로 닥사(DAXA) 같은 민간 협의체 권한이 막강하다고 호소한다. 거래소들이 명확한 기준도 없이 상장된 가상자산들에 거래 지원 종료 통보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해킹을 당한 위믹스는 시장 물량을 사들이며 지난 4월 말 코인 시세를 기존 시세에 근접하게 회복했으나 닥사 소속 4개 거래소로부터 거래 지원 종료 통보를 받았다. 이에 위믹스 투자자들은 위메이드와 함께 닥사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를 겪고 있는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는 14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차기 정부에서 명확한 블록체인 육성 정책이나 잘못된 관행 개선에 대한 제도권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꺼내든 가상자산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기 위해선 디지털 자산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기 위해선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내 거래소가 거의 유일한 LP(유동성 공급자)이기에 비트코인 ETF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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