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결단력 빨라진 이재용…'삼바 분할' 해석 분분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두고 업계에서 해석이 분분하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는 시각부터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바이오 사업 강화 전략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단순·인적분할해 신설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한 후 바이오에피스를 에피스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사업 분할로 각각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사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며 "양사 모두 성장을 가속화해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는 삼성그룹이 미래 성장축으로 점찍은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삼성은 지난 2011년 바이오를 '5대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이후 2018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전장과 함께 바이오를 '4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로 창립 14주년을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매출 4조원대 회사로 거듭났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에 연이어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달 8일 미국 마시모사의 오디오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14일에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2조4000억원)에 품는다고 발표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건까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굵직한 결정이 잇따라 나온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크게 '이 회장→삼성물산 또는 삼성생명→삼성전자→핵심 계열사'로 이어진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로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더해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도 확보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이 회장이 19.76%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그룹 지주사다. 바이오 자회사들이 삼성물산 아래로 정리되면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이는 곧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삼성생명법'을 대비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취득원가를 초과하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며,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는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경영권을 약화시킨다. 이에 삼성물산이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통해 확보한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삼성전자 지분 인수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시나리오는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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