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DL케미칼이 미국 석유화학 자회사 크레이튼(Kraton)에 대한 종속회사 청산 및 흡수합병을 통한 경영 효율화에 고삐를 죈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 운영 효율화를 제고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에도 DL케미칼은 다운스트림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며 선방하고 있으나 크레이튼의 실적 부진에 따라 해외 법인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DL케미칼의 종속기업 크레이튼폴리머스인터내셔널(Kraton Polymers International Limited)이 지난 2월 청산했다. 영국에 소재한 이 법인은 1999년 설립됐다. 청산 배경에 대해 "자회사가 많아 지배구조가 복잡했다"며 "세무적으로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DL케미칼은 2020년 5억3000만달러를 들여 크레이튼의 카리플렉스(합성수지고무 사업부)사업부를 인수한 후 2022년 16억달러를 투자해 크레이튼을 인수했다. 크레이튼은 소나무 화학 물질에서 추출한 특수 폴리머 및 고부가가치 바이오 기반 제품을 생산하는 미국 석유화학기업이다.
크레이튼은 DLC US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DL케미칼의 손자회사다. DL케미칼이 산하에 크레이튼을 거느리면서 그 종속기업도 줄줄이 편입됐다. 이로써 DL케미칼㈜→DLC US홀딩스→크레이튼 코퍼레이션→크레이튼폴리머스홀딩스→크레이튼폴리머스네덜란드→크레이튼폴리머스인터내셔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지배구조상 불필요한 법인이 많을 경우 내부 통제의 어려움으로 경영 효율화 저하, 회계적 리스크 확대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DL케미칼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종속기업 경영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경영 효율화, 투명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실제 크레이튼폴리머스네덜란드는 2023년 자회사 KP인베스트먼트를, 지난해는 클레이튼폴리머스벨기에를 각각 흡수합병한 바 있다.
재무건전성 개선 차원에서도 이번 해외 법인 청산 및 지배구조 개편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크레이튼은 최근 적자기조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크레이튼 코퍼레이션과 그 종속기업을 포함한 DLC US홀딩스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2조7686억원, 당기순손실 137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4% 증가했고 당기순손실은 적자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분기도 순손실 17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반면 DL케미칼만 놓고 보면 석유화학 침체에도 흑자기조를 유지 중이다. 다운스트림 스페셜티 제품을 만드는 DL케미칼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4444억원, 영업이익 434억원, 당기순이익 2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1.4%, 47.5% 감소한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14.2% 증가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DL케미칼과 크레이튼의 주력 사업의 환경이 다른데, 크레이튼의 경우 업황이 침체하기도 했지만 주력제품의 원료인 부타디엔 수급과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영향을 받았다"며 "크레이튼에 대한 체질 개선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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