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한화오션이 미국 필리조선소 지원에 직접 나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조선소 인수 및 투자는 주로 재무여력이 있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가 주도해 왔다. 이번에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수자금인 1억달러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조선 본업을 맡고 있고 재무 상황도 여유가 있는 한화오션이 직접 나설 가능성이 조명된다.
업계에 따르면 필리조선소의 연간 선박 건조량은 약 1척~1.5척 수준에 불과한 저효율 조선소다. 2019년 마지막 수주 물량 인도 이후 가동이 중단된 기간도 있을 정도로 생산성이 낮다.
한화오션은 중장기적으로 도크 전체 생산성을 연 10척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우선 4번 도크의 연간 건조 능력을 3~4척으로 확장하고, 현재 안벽으로 쓰이는 5번 도크를 드라이도크로 전환한다. 더불어 MRO(수리정비) 기능까지 더해 글로벌 유지보수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조선소 인수금액을 초과하는 추가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한화시스템(60%)과 한화오션(40%)은 공동으로 약 1억달러(약 1300억원)를 들여 필리조선소를 인수했지만 업계에서는 생산성 개선과 설비 확충 등에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한화그룹의 해외 조선소 투자에서는 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자금 집행을 주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해양플랜트 기업 다이나맥 홀딩스 인수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금 중 70% 이상을 부담했고 호주 오스탈 인수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동 출자한 현지 법인을 통해 진행됐다. 이는 조선 경기 침체로 수익 기반이 약했던 한화오션 대신 재무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앞장선 구조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9732억원을 확보하며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투자 역시 수년에 걸쳐 분산되는 데다 미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가능성도 열려 있어 실제 소요 자금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아직 회사가 명시적으로 얼마를 투자할지 밝히지 않았지만 자동화 도입, 물리적인 설비 증설 외에도 자본잠식 상태에서 인수를 할 거라 1000억원 이상 투자가 돼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하게 현금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미국에서 주는 세제 혜택 등 제도적인 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분 40%만 보유하고 있어 연결 손익으로 반영되지 않으며, 지분법 이익만 인식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오션 입장에서 수익 창출보다는 MRO 전진기지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조선소에 대한 시설 개선과 증설을 위한 선제적 투자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를 위한 자금을 한화그룹이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현지는 자산, 권리 등의 유동화 시장도 잘 발달돼 있어 필리조선소가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 등의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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