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 톱 CDMO 기틀 세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간 한 지붕 아래 있던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사업 분할을 계기로 글로벌 탑 CDMO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신설되는 지주사를 통해 신약개발 및 M&A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번 분할은 그룹의 지배구조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인적분할에 따른 그룹 전반과 바이오사업의 변화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가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할한다. CDMO 본업 강화를 위해 고객사 비밀 보호라는 잠재적 우려를 해소시키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앞으로 진행할 생산능력(케파) 확대 등을 위해서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분할 결정은 CMO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해 고객사와 경쟁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잠재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분한 이후 로직스는 순수 CDMO 회사로 전환된다.
유승호 로직스 부사장은 22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2022년 자회사 편입 당시 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장 초기단계라 고객사들의 우려가 크지 않았고 엄격한 방화벽Firewall) 시스템으로 설득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성장하면서 고객사들의 우려가 커진 게 사실이고 수주 경쟁력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분할 이후 이해상충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할로 수주경쟁력 강화 외에 케파 확보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 투입이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에피스가 그간 외형과 내실을 꾸준히 키워왔지만 신약개발 및 인수합병(M&A) 등에는 대규모 투자와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할 이후 로직스가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을 자체 투자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 로직스의 경우 현재 케파 확대를 위해 인천 송도에 제2바이오캠퍼스를 건립 중이다. 올 4월 완공된 5공장 외에 오는 2032년까지 6, 7, 8공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5공장 건립에 약 2조원의 비용이 투입된 점을 고려했을 때 추가 케파 확보에 적잖은 비용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향방에 따라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이 의약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지공장 설립 등 생산시설 확보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재무구조는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1조2594억원에 달한다. 반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사채와 차입금은 2820억원 수준이다. 회사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분기 6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6%(3831억원) 커졌다.
이번 분할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약개발 및 바이오기업 투자의 경우 실패 가능성이 적잖지만 성공했을 때 얻는 수익 또한 크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신설 예정인 자회사에서 투자 및 M&A를 통한 이익을 얻는다면 자연스럽게 그 일부가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으로 흘러가 벨류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올 1분기 말 기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로직스 지분율은 각각 43.06%(3064만6705주), 31.22%(2221만7309주)다.
시장 한 관계자는 "로직스 입장에서는 이번 분할로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재무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며 "에피스도 꾸준히 외형과 내실을 개선하고 있는 만큼 두 회사 모두 윈-윈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이고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 확보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했다"며 "두 회사 모두가 성장을 가속화해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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