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SK시그넷
200억 투자한 美 공장, 캐즘에 수익성 '흔들'
②매출 1조 달성 요원…美 법인 적자 줄였지만 힘겨운 캐즘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2일 17시 0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시그넷 실적 추이.(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매각설에 시달린 SK시그넷이 올해 목표로 내건 매출 1조원 달성이 사실상 요원해졌다. 기대와 달리 매출은 800억원대로 쪼그라들고 현금 유출도 지속되고 있다. 200억원을 들여 미국 텍사스에 공장을 건설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SK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지원으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드러냈지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가 길어지는 만큼 업황 회복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SK시그넷의 2025년 매출 목표인 1조원 달성은 현재로선 어려움이 크다. 2022년 매출 16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9%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SK시그넷은 이같은 성장세면 2025년 연 매출 1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호언장담했다. 특히 2023년 미국 텍사스 공장 준공으로 연 1만기의 초급속 충전기 생산능력을 갖추면서 북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 직격탄을 맞으면서 2023년 매출은 507억원으로 급감했다. 전년도 매출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는 전년보다 성장하며 838억원으로 끌어올렸음에도 2022년 매출에 한참 못 미쳤다. 배터리 업계가 올해도 전기차 캐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매출 1조원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미국 신공장을 동력 삼아 매출 증대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SK시그넷은 미국 텍사스 공장 건설과 운영을 위해 총 1500만달러(약 207억원)를 투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SK시그넷은 텍사스 생산법인(SK Signet manufacturing Texas)의 최대주주인 미국법인(SK Signet America)에 2022년 500만달러를 출자한 후 이듬해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00만달러, 150만달러를, 지난해 3월에도 350만달러를 투입했다. 


이처럼 공장 건설을 위한 현금을 송금했으나 미국법인은 아직 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법인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66억원으로 전년 243억원 대비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손실은 9억원을 기록했다. 위안이 되는 점은 순손실이 2023년 54억원에서 한 자릿수로 축소됐다는 점이지만 수익은 아직 가시회되지 않았다. 


특히 SK시그넷은 2023년 품질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신속하게 진화하지 못한 까닭에 핵심 거래선조차 끊어지면서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SK시그넷이 전체의 80% 가량의 물량을 납품했던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의 경우만 해도 5년 이상 된 동맹 관계를 청산한 바 있다. 프란시스에너지 등 다른 고객사 역시 거래를 끊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전망 역시 회의적이다. 


2023년 미국에서 자사 파워 모듈(저기차 충전기 부품) 고장 이슈가 잇따를 당시 애프터서비스(AS)에 전문 인력이 아니라 일반 직원들을 투입하면서 직원들도 대거 줄퇴사했다. 인건비가 높은 현지 인력 대신 일반 직원을 강제 차출하면서 내부 논란이 컸다. 미국 AS직원에 급파된 직원이 숨지는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으며 몸집을 줄이고 있고, 여의도 파크원에 있는 본사 사무실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연구·개발(R&D)센터로 옮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인센티브 지급은커녕 연봉 협상까지 밀리면서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찍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배터리 시장이 반등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667억원으로 전년도에 이어 음수를 유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음수면 기업이 영업활동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쌓인다는 의미다. 


지난해 한 해에만 현금 452억원이 줄면서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35억원을 기록했다.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353억원)을 합산해도 유동성이 688억원에 그치기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유입(플러스) 흐름으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지난해 연말 신정호 SK시그넷 사장이 옷을 벗었고 신임대표로 김종우 사장을 데려왔다. 다행히 SK시그넷은 연초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 여력에 숨통이 틔었다. 증자로 운영자금 1150억원을 마련했다. 이 자금은 전기차 충전기 제조 원재료 매입, 충전기 성능 개선 연구개발, 기존 제품 품질 개선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 되지 않을 경우 김종우 신임대표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SK시그넷은 경영 정상화 작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시그넷 관계자는 "미국 현지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지속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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