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의 1년 반숫자로 증명…외형 확장 대신 수익성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덩치만 키운다고 강해지는 건 아니다. 2023년 11월 KB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양종희 회장 앞에는 윤종규 전 회장이 짊어졌던 과제와 전혀 다른 숙제가 놓여 있었다. KB금융은 윤 전 회장 체제에서 보험사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충분히 불렸다. 양 회장은 그 몸집에 걸맞은 수익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야 했다.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의 체질이 하나둘 바뀌기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M&A처럼 시끌벅적한 외형 확장 시도는 없었지만 1년6개월 동안 KB금융의 수익성과 자본건전성, 효율성 지표는 뚜렷하게 좋아졌다.
22일 KB금융에 따르면 양 회장은 첫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2023년 9월8일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됐고 양 회장은 그해 11월21일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양 회장이 이끌어온 지난 1년6개월간 KB금융은 소리 없이 강해졌다. 당장 안정적으로 순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697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2.9% 늘었다. 총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조4021억원에서 4조5542억원으로 3.5% 증가했다.
수익성과 효율성 지표도 개선됐다. 이는 이익은 늘고 비용은 줄었다는 의미다. 단순한 외형 성장이나 일회성 이익이 아닌 내실 있는 체질 변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먼저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올해 1분기 13.04%, 0.90%로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4.91%포인트, 0.3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ROE는 분기 기준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효율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올해 1분기 35.3%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23년 말 41.1%, 2024년 말 40.7%에서 대폭 낮아졌다. CIR은 총영업이익에서 인건비와 물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좋다고 본다.
자본건전성을 보여주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해 1분기 13.67%로 전년동기대비 0.25%포인트 상승했다. 기본자본(Tier1)비율은 양 회장 취임 전보다 소폭 낮아졌으나 15%대 수준을 유지했다. 1분기 기준 KB금융의 Tier1비율은 2023년 15.52%, 2024년 15.27%, 2025년 15.42% 등이다.
KB금융의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도 큰 폭의 순이익 증대에 힘입어 2024년 1분기 0.31%에서 2025년 1분기 0.49%로 개선됐다.
KB금융의 내실 강화에는 양 회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양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수익성 등 내실 다지기와 효율적 경영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외형 확장 수단인 M&A 등에 대해서도 진작에 선택지에 넣지 않을 것이라고 임원들에게 공언했던 것으로도 전해진다.
양 회장의 경영 방향은 조직 슬림화나 정기 주주총회 발언 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양 회장은 "올해 '효율 경영'과 '혁신 성장' 두 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직과 사업 체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그룹을 변화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지표가 좋아진 것이 아닌 만큼 아직 양 회장에게도 숙제는 남아있다.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76%로 전년동기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총여신에서 부실 여신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
숫자로 나타나는 경영 실적은 양 회장 개인에게도 중요하다. 어떤 성적표를 받는지에 따라 향후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지주 회장의 성과를 측정할 때 크게 재무 성과지표와 비재무 성과지표 등 두 가지를 보는데 지금까지 재무 성과지표는 합격점에 가깝다.
'2024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회사 전체 또는 중요 사업부에 대한 재무 성과측정 지표로 수익성지표(ROE, 총영업이익), 건전성 및 리스크관리지표(실질 NPL 비율, RORWA, Tier1비율), 효율성지표(C/I Ratio)를 활용하고 있다. 주주가치지표(상대적 총주주수익률, 주당순이익)는 장기 성과지표로 삼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 CEO(양종희 회장)의 경우 회사 전체 성과측정 지표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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