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M 각축전
'존재감↑' 신한證 약진에 3강 체제 '균열'
리그테이블 3년 연속 4위 유지...담당 기업 전수 분석·전략 수립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8일 11시 2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흔들리던 증권사들이 다시금 '정통 IB'로 회귀하고 있다. 그 중심에 채권발행시장(DCM)이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DCM은 이제 증권사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격전지에서 각 증권사가 어떤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지 짚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채권발행시장(DCM)에서 예상 밖의 약진을 거듭하며 '3강 체제'에 균열을 내고 있다. 그동안 KB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기존 강자들이 독식하던 리그테이블 상위권 판도를 흔들면서 '4강 체제'의 핵심 주자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존재감이 커진 배경으로 세밀한 기업 리서치 능력과 은행과의 협업 중심의 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에 기존 강자들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28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3조5492억원 규모의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을 쌓으며 DCM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으로 DCM부문 리그테이블 4위를 유지하면서 기존 '빅3' 사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성과는 외부 시장 변화와 신한투자증권의 내부 전략 정비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우선 시장 지형 변화가 기회를 제공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기업금융 조직을 축소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공백이 생긴 사이 신한투자증권이 신속히 공략해 틈새시장을 확보했다. 변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 존재감을 키운 셈이다.


다만 외부 변수만으로는 현재의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이 조직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하며 내실을 다져온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조직개편을 통해 담당부서를 두 개에서 세 개로 확대하는 등 보다 촘촘한 고객 대응 체계를 구축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현재 신한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부문은 CIB2그룹 산하에 있다. 그중 기업금융1본부는 커버리지1~3부, 신디케이션부, 구조화금융투자부 등으로 구성됐다. 기업금융1본부를 이끄는 권용현 본부장이 실무체계 정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권 본부장은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거치며 기업금융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신한투자증권 내에서도 대기업금융2부 이사, 커버리지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 내 신뢰를 쌓아온 인물이다.


권 본부장 체제에선 제안서 작성부터 딜 구조 설계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기준이 적용됐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경우 기존 레코드가 있는 발행사 위주로 전략을 짜는 경향이 있었지만, 현재는 모든 딜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최고의 제안서를 제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가 회사채 주관 수임률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세대교체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3년간 비교적 젊은 인력이 유입되며, 경륜 중심의 기존 조직에 추진력과 유연성이 더해졌다. 경험이 중시되는 DCM 특성상 세대교체가 쉽지 않지만, 신한투자증권은 이를 조직의 경쟁력으로 끌어올렸다.


최근 DCM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신한투자증권은 기본기에 충실한 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어카운트 리뷰'라는 자체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연 2회 RM(기업금융 담당자·relation manager) 전원이 참여해 담당 기업의 재무 구조와 크레딧 등의 이슈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를 바탕으로 각 사에 어떤 제안을 할지 전략을 수립한다.


신한은행과의 협업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매월 한 차례씩 RM, 부서장, 본부장 등 증권과 은행의 주요 인력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커버리지 기업을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세미나 형식의 학습을 넘어, 조직 간 유대감을 다지는 기회로도 활용되다 보니, 협업 시너지가 크다는 평가다.


다만 신한투자증권의 도약에 대해 시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역량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과거 일부 대형 딜에서 신고서 오기재 사례가 불거진 이력이 있는 만큼 발행을 맡기는 기업들의 신중한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신한투자증권이 DCM부문 리그테이블 순위를 높이기 위해선 빠른 성장만큼이나 정교한 리스크관리 체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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