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벤처투자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 벤처캐피탈(VC) 기업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로 투자처를 확장하고 있다. 스팩 투자가 고유계정 자금을 운용하는 수단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컴퍼니케이는 최근 한화플러스제5호스팩의 발기인(최대주주)으로 참여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화플러스제5호스팩 20만주, 지분율 95.24%를 확보했다.
해당 스팩은 지난 3월 코스닥에 신규 상장했으며 현재 합병 대상을 물색 중이다. 합병대상 산업군은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제약, 글로벌헬스케어, IT융합시스템, 소프트웨어, 게임산업, 화장품 등이다. 향후 이들 산업군에 해당하는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해 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대상을 선정하고 스팩 합병이 성사될 경우 발기인인 컴퍼니케이는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통해 평가차익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스팩 투자는 벤처캐피탈(VC)이 고유자금을 운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VC는 벤처펀드를 조성할 때 운용사출자금(GP커밋)을 납입해야 하는데 이때 보유하고 있는 고유계정 자금을 활용한다. 스팩에 발기인으로 참여하면 투자 성과에 따라 이 고유자금을 불릴 수 있는 동시에 향후 펀드 결성의 기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스팩 투자가 단순히 투자 수단을 넘어 운용사의 재무적 안정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스팩의 구조 자체도 VC 입장에서 매력적이다. 스팩이 상장하면 평가차익을 누릴 수 있고 합병 상장 시 피투자기업의 지분가치 상승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스팩 존속 기한인 3년 이내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고 청산해도 투자자 입장에선 원금에 이자까지 돌려 받을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스팩의 연환산 예치이율은 평균 3.9%다. 펀드를 운용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원금 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스팩 발기인으로 참여하려는 VC 수요는 꾸준히 있는 편"이라며 "합병이 성사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합병 상장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스팩과 합병 상장할 기업을 미리 염두에 두고 투자를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며 "합병 상장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하면 스팩 투자도 수익성이 높은 투자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팩의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VC가 컴퍼니케이다. 컴퍼니케이는 매년 1개 이상의 스팩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컴퍼니케이는 올해 한화플러스제5호스팩에 투자했으며 지난해에는 키움제11호스팩에 발기인으로 들어갔다. 컴퍼니케이는 키움제11호스팩의 주식 150만주(22.73%)를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스팩은 지난해 12월 코스닥 상장을 완료했다. 2021년과 2020년에도 NH스팩19호와 NH스팩18호 등에 각각 발기인으로 참여해왔다. NH스팩18호는 2022년 하이딥과 합병 상장하면서 컴퍼니케이도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스팩을 활용한 자금 운용 전략은 컴퍼니케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상장을 완료했거나 상장예비심사 청구 단계에 있는 스팩 10곳 중 3곳은 VC가 발기인이다. 포지티브인베스트먼트, 아토인베스트먼트 등 신생 VC들도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스팩에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포지티브인베스트는 2022년 설립했으며 4개 펀드를 운용 중이다. AUM은 765억원이다. 아토인베스트는 2023년 설립한 VC로 자본금 규모는 20억원이며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없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좋을 때는 스팩으로 100% 이상 수익률을 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며 "스팩은 펀드 운용을 갓 시작하는 업체나 반대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형 하우스들이 고유계정 운용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팩과 합병 상장할 기업을 미리 염두에 두고 투자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며 "합병 상장 성공률이 높다고 판단하면 스팩 투자도 좋은 투자 전략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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